Beautiful sunday, Daniel Boone y 관상 유감

부에노(조운엽) 2016. 7. 23. 06:12

 

 

 

사람을 겉만 봐서 어찌 아누?

 

 

리위찬은 특급 장례 미용사다.

죽은 시신의 얼굴을 성형한다.

교통사고로 일그러졌든, 화상을 입었든 그녀의 메스가 닿으면 살아생전 죽은 사람의 얼굴보다 더 곱고 수려한 형상으로 되살아난다.

중국 노벨 문학상 작가 모옌의 '열세 걸음', 그중에서도 엽기 캐릭터인 리위찬이 떠오른 건, 영화 '관상' 때문이다.

주인공인 조선시대 천재 관상가 김내경은 얼굴 생김 하나로 인재를 알아보고 살인범을 잡아낸다.

인기 없던 기생 코에 점 하나 새겨넣어 손님이 들끓게 하고, 수양대군을 역모의 상으로 만들기 위해 이마 성형도 불사한다.

소설 속 리위찬은 한 수 위다.

극락행, 지옥행을 결정할 염라대왕 만나기 전 사후 운명을 가늠할 성형을 주재하니 말이다.

여하튼 천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이 영화로 점집, 사주 카페가 문전성시란다.

유명 관상가들은 열흘 전 전화해도 예약하기 힘들다.

성형외과들은 '관상 성형' 특수를 맞았다.

관운을 재촉하는 이마, 가늘고 긴 봉황의 눈, 재물을 부르는 코를 만들기 위해 20대는 물론 4~50대 남성들까지 성형 대열에 나섰단다.

각종 문화센터는 물론이고, 유명 대학에도 관상 강의가 개설됐다 하니 영화의 위력이 대단하다.

영화 '관상'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운명론'을 부추기는 관상 열풍은 씁쓸하다.

경기가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한 시절 탓이지만, 이를 교묘히 파고드는 상술이 야속하다.

점집,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취업 준비생이거나 은퇴남, 골드 미스들이다.

말로는 '재미 삼아 간다'지만, 그만큼 처지가 절박하니 목돈을 장만한다.

'관상보다 심상'이라지만, 관상으로 사람 앞날을 내다본다니 쉽게 현혹된다.

회사 경영을 점쟁이와 상의하다 위기를 자초한 대기업 회장도 있지 않은가.

어느 의사는 자기가 관상 성형한 여성이 준재벌 집에 시집갔다며 대놓고 홍보한다.

가뜩이나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사회에 그 바람이 10대들에게 불까 걱정이다.

관상은 세월 따라 누적된 인간 사회 경험의 산물이다.

이건희 회장, 반기문 총장이 최고의 관상이라지만 이 또한 결과론적 해석이다.

관상을 보는 기준도 역술인마다 제각각이다.

누구는 정주영 회장과 짱짱이 님이 용의 상이라 하고, 누구는 김수환 추기경이 용의 얼굴이란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지는, 기자 생활 20년간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체득했다.

소도둑처럼 생긴 사람이 어린아이의 심성이라 놀랐고, 성자의 얼굴을 한 이가 비열하기 짝이 없어 당황한 적이 여러 번이다.

감춰진 '마음바탕'을 알아보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웃어서 아름다운 캄보디아 여인, 웃는 게 최고의 관상 아닐까? ^^

 


102세로 장수한 서울 부암동 손만두집 윤순이 할머니에게 '역대 대통령 중 누가 제일 좋았느냐' 물은 적 있다. 

그 답이 단호했다.

"사람을 가까이서 겪어봐야 알지 겉만 보고 어찌 아누?"

고관대작의 시신을 단골로 성형하던 리위찬도 비웃었다.

"껍데기만 고우면 뭐해? 속은 다 썩었는 걸."

 

 

글 김윤덕 기자

 

 

 

 

Beautiful sunday, Daniel Bo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