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미식축구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부에노(조운엽) 2019. 12. 14. 06:20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식축구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배경 음악 : Marching band and Cheer reader halftime show

https://www.youtube.com/watch?v=fhCMl_X9Omw 

 

 

'HAPPY LATIN' 호는 짧은 항해 끝에 뉴욕 브루클린 자동차 전용부두에 접안했다.

금방 하역하고 몇 시간 후에 출항하기에 나는 근처에 있는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에 혼자 산책하러 나갔다.

꿈나무들이 농구와 럭비를 하며 놀고 있다.

근처 벤치에 앉아 쉬다가 공이 굴러오면 던져주었다.

농구공은 아이들 있는 곳으로 쉽게 가는데 럭비공은 묘하게 튄다.

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그런 맛에 럭비를 하나? 

 

미식축구는 럭비가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오면서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아 운동 좀 하는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이다.

상대적으로 미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이유가 미식축구로 유망주가 다 빠져나가기 때문이란다.

미식축구는 미국에서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와 함께 4대 프로스포츠이며 프로리그인 NFL의 결승전인 Super Bowl은 단일 경기 스포츠 이벤트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 초당 광고비도 2억 원을 넘는단다

영어로 American football이라 미식축구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미식 럭비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거 같다.

 

미국은 초등학생 때부터  미식축구를 배울 만큼 널리 퍼져있다. 

고등학교에 무려 백만 명이 넘는 선수들이 등록되어있다고 한다.

인구가 적은 동네라도 경기가 열리면 팀과 자식들 응원하러 가는 식구와 주민들의 인기도 엄청 높은 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 내 모든 고등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고 라이벌 학교와 대항전이라도 하면 온 동네가 난리 난다.

열렬한 팬들이 2~3일 전부터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파티를 하며 경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작은 도시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은 교통이 마비되곤 한단다. 

그러니 미국인의 삶과 문화 속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미식축구라고 한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금발 백인 미남 '쿼터백'과 그의 애인인 예쁘고 날씬한 치어리더가 출연하면 흥행이 반은 성공이란다.

전국 수만 개의 학교에 제대로 갖춰진 훈련 시설과 코치진이 저 백만이 넘는 학생 선수들을 키우고 있으니 그 인프라는 엄청나다.

대부분의 미국 고교 유망주 선수들의 프로 진출은 미식축구가 최우선이다.

 

미식축구 슈퍼볼이 열리는 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날짜가 겹친다면 대통령 취임식을 옮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만큼 슈퍼볼의 인기가 대단하다.

미식축구의 무엇이 미국인을 그토록 열광케 할까?

답은 그냥 어렸을 때부터 미식축구가 좋기 때문이란다.

그냥 좋다는데 더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미식축구는 19세기 후반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이 만들어 발전되어 왔는데 하프타임 때의 마칭밴드 공연과 치어리더들과 전교생, 선수 가족이 응원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미식축구의 승부는 상대방의 엔드존까지 도달하는 싸움이다.

미국인들은 미식축구의 전략 전술이 구기 종목 중에서 가장 실제 전쟁에서의 전략 전술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식축구는 스포츠 중 강렬한 신체 접촉을 하는 원시적 매력이 있는 운동으로 팬들은 그런 경기를 보며 대리 만족을 하고 공격과 수비 각각 11명이 철저한 분업으로 자기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야 이길 수 있다.

미식축구는 한겨울이 한창 시즌이다.

12월 말이나 1월 초에 정규 시즌이 끝나면 일 년 중 제일 춥다는 1월에 플레이오프가 진행되고 이어서 슈퍼볼이 열린다.

달리기와 몸싸움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선수 전원이 전술을 외우고 이해하는데 보통 이상의 지능과 이해력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미식축구 선수들이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머리도 좋아 대학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한국계 혼혈 하인스 워드가 아시아계 처음으로 슈퍼볼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그의 생애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게임이 된 슈퍼볼이 끝나고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 찾아왔다.

'어머니의 나라'에 돌아온 그는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청와대에 초청될 정도로 큰 대접을 받았고 명예 서울시민이 되기도 하였다.

이에 하인스 워드는 한국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혼혈 아동을 위해 백만 달러란 거금을 기부하였으며 이 방문은 한국에서 혼혈아의 사회적 위치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뀌게 하였다.

그는 슈퍼볼에서 두 번 우승했으며 명예의 전당 입성도 거의 확실시되고 피츠버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뉴욕 맨하탄에서 찍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생각하며 뉴욕항에서 짧은 기항 후에 자유의 여인상에 바이바이하고 다음 하역지인 뉴올리언스를 향해 출항한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앤 해서웨이는 취직자리가 마땅치 않아 런웨이 잡지 비서를 지원한다.

패션을 주도하는 잡지 런웨이 CEO이자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얼음 마녀라는 별명을 가진 메릴 스트립의 비서 자리였다.

메릴에게 면접을 볼 때 패션에 대해 모르는 앤은 떨어지지만 주눅 들지 않고 자기의 주관을 뚜렷하게 어필하여 다시 합격하게 된다.

고된 일과 잡무에 앤은 그만두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일류 패션잡지사에 걸맞게 차려입는다.

패션에 대해 모르던 앤의 변하는 모습에 동료들이 놀라며 그 차가운 메릴까지 미소짓게 했다.

영화평론가들이 연기 잘하는 배우 중 한 사람으로 꼽는 메릴 스트립의 소름 끼치도록 까칠한 연기와 앤 해서웨이의 큰 눈과 청순한 표정이 돋보인 영화다.

VOGUE의 편집장인 안나 위투어의 비서가 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기억에 남는 대사 '솔직히 네가 뭘 노력했는데? 징징대기만 하잖아. 남들은 죽을 둥 살 둥 발버둥 치며 열심히 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