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방황하는 한국인 은퇴자

부에노(조운엽) 2021. 2. 16. 06:22

 

 

수에즈운하를 통과 중인 이스라엘 ZIM Line의 컨테이너선

방황하는 유대인

배를 타고 항해하거나 부두에 정박 중에 다윗왕의 방패라는 하늘색 별이 그려져 있는 이스라엘 국기를 단 선박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남녀 구분 없이 다 군대 간다더니 상선에도 여성이 여러 명 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제복 입은 늘씬한 여성은 사관일 테고, 앞치마 두르고 후갑판에서 짬밥통 들고 다니는 어여쁜 동지는 주방에서 일하는 분일 거다.

큰 배나 컨테이너에 'ZIM'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걸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선박회사로 2차 대전 후 만들어져 이민자와 화물을 실어날랐다고 한다.

이스라엘 독립운동과 중동전쟁 때는 식량과 전쟁물자를 수송했다.

서독이 유대인 학살에 대한 배상금으로 준 돈의 일부로 배를 사 모았다.

지금은 약 백여 척의 선단으로 온 바다를 누비는 세계 10대 컨테이너 회사 중 하나이다.

'ZIM'은 히브리어로 '큰 배'라는 뜻이다.

홀로코스트는 2차 대전 중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과 집시, 장애인, 정치범 등 약 천만 명 이상의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죽인 참혹한 사건이다.

홀로코스트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19세기에 유럽 기독교 국가에 반유대주의가 강했다.

자기 나라에서 유대인들이 자기네보다 잘사는 것을 고깝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부자인 쥬위시도 그렇지만, 사회주의자 중에도 유대인이 많았다.

사회주의 대빵이었던 마르크스도 유대인이었다.

나치당 같은 파시스트는 사회주의를 유대인이 만든 개 같은 사상이라며 악랄하게 조졌다고 한다.

홀로코스트를 보면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나치는 유대인이 지구를 떠나야 할 수전노에 고리대금업자라고 선동했다.

이에 부자인 유대인들은 대부분 유럽을 떠났으나 힘없고 가난한 유대인은 남아있다가 다 수용소로 끌려가 죽어갔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스트리아인 해군 대령이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는 자전적 소설을 아름다운 영화로 만든 것이다.

부유했던 안나 프랭크 가족은 그러다 끝나겠지 하고 낙관하며 어영부영 숨어 살다가 개죽음당한 경우이다.

20세기 초 영국은 시온주의를 보고 유대인 지도자에게 영국령 우간다 땅을 내줄 테니 거기서 살라고 제안했다.

비슷한 시기, 소련에서도 유대인 자치주를 만들어 살게 했다.

시온주의 또는 유대주의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를 만들려는 민족주의 운동이다.

19세기 말부터 시작해 1948년 고대 유대인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여 이스라엘을 건국하였다.

홀로코스트가 유대인의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이 엄청난 학살로 유대인이라는 아이덴티티가 생긴 것이다.

수천 년간 세상을 유랑하며 고난을 겪은 유대인들은 다양하게 속세에 섞여 살고 있었고, 서로 소가 닭 보듯 했다.

홀로코스트는 나치 등 파시스트 국가를 유지하는데 희생양이 필요했고 히틀러의 정신 나간 생각에 애먼 유대인이 당한 것이다.

히틀러가 종교 개종, 사회적 신분과 상관없이 모조리 잡아 인종 청소를 하니 유대인 입장에선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유대인의 정체성이 생겨났고,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세워지게 된 것이다.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물 좀 주소.'라고 하던 예수의 청을 거절하여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세상을 방황해야만 하는 유대인에 대한 전설이 있다.

여러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되었으며, 특히 괴테와 워즈워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유대인은 이스라엘인의 후손이며 야곱을 시조로 하는 민족을 말한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았다고 한다.

유대인은 유대교 예배를 드리며 유대 율법을 따르면 유대교를 믿는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유대교로 개종하면 민족이나 피부색에 상관없이 한 조상을 모시는 동족이라는 개념으로 여긴다고 한다.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그 자식은 당연히 유대인이고, 백인, 중동 사람만 있는 게 아니고 중국인과 흑인, 특히 에티오피안 중에도 많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예수 그리스도 당시에 로마의 식민지였다.

두 번에 걸친 독립 전쟁으로 예루살렘 성전은 불탔고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세상을 떠돌게 되었다.

이후 많은 유대인이 중동이나 유럽에서 살게 됐다.

중세 유대인은 유럽인과 무슬림에게도 차별을 받았다.

기독교 사회였던 중세 유럽에서 유대인은 땅이 없기에 농사를 지을 수 없었고, 조합에 가입이 안 돼 장사, 대장장이도 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일을 구하지 못했기에 유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채업밖에 없어 기독교 사회 안에서 더욱 미움을 받았다.

더욱이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이유로 유대인을 증오하고 멸시했다.

십자군 전쟁 때도 기사들이 오가는 길에 유대인이 보이면 재산을 빼앗고 재수 없다고 그냥 때려죽였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그 시대의 증오가 깃든 소설 속 인물이다.

18세기 들어 시민혁명, 산업혁명으로 세상이 변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 줄어 사회적 지위가 오르기 시작했다.

19세기에 유대인 로스차일드 가문이 금융 재벌이 되었고, 영국에서는 성공회로 개종한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수상까지 올랐다.

하지만 반유대주의는 남아있어 결국 홀로코스트가 터졌고,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이 개고생하며 돌아가셨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들어와 나라를 세우면서 땅을 빼앗긴 팔 인과 전쟁을 치르며 역으로 아랍인의 원수가 되었다.

주변 아랍국가뿐만 아니라 이슬람권 전체가 적대국이 되었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나라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국가들, 특히 쥬위시를 학살했던 독일은 큰 죄를 지은 게 미안해서라도 이스라엘과 수교하며 지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천만이 안 되는 이 적은 민족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유대계 미국인들이 탁월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인구의 약 2%가 되는 유대인들은 그들 특유의 재능으로 경제, 학문, 문화, 예술, 언론,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름만 대도 다 아는 아인슈타인, 키신저, 스티븐 스필버그 등 수많은 인물이 유대인 출신이시다.

유대인들이 과거엔 늘 핍박을 피해 도망 다니다 보니 언제 갑자기 또 토껴야 할지 몰라 무형적인 자산에 관해 관심이 컸었기 때문일 것이다.

뉴욕 같은 데는 검은 모자에 검은 옷을 입고 머리카락은 꼬고 수염은 길게 기른 골수 유대인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대인은 그저 평범하고 교육열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조금 더 높은 정도이다.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유대인 비율은 인구대비 압도적이다.

현재 하버드나 예일 대학교의 유대계는 30%에 가깝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0.3%도 안 되는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 역시 교육의 힘일 것이다.

쥬위시는 아이에 대한 교육이 유대인의 장래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자각한 민족이다.

유대인 자녀 교육은 주로 어머니가 하는데 각자의 개성을 키워 주고 부모가 원하는 게 아니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배우게 한다.

또한 자녀를 지혜롭게 만드는 교육에 신경을 쓰고 출산율도 높다고 한다.

지혜는 단편적인 지식과는 다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먹고살 수 있다.'라는 그들의 속담처럼 유대인들의 교육방식이 뛰어나다.

그것이 이스라엘은 작지만 강한 나라로, 인류사에 큰 업적을 남긴 수많은 인재가 나온 민족으로 만든 힘일 것이다.

그래서 자녀에게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유형 자산을 물려주기보다 최악의 경우 굶어 죽지 않을 실용적인 지식을 배우게 했다.

유대인 부모들은 일찍부터 모국어 외에 서너 개의 외국어를 배우게 한다.

아마도 자기 살던 데서 언제 쫓겨나 세상을 방황할지 알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된 모양이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평생 스트레스 속에 돈만 벌어다 주다가 나이 들어 은퇴하고 정작 하루 두세 끼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 하고 방황하는 지공도사님들은 우야꼬.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막걸리에 김치전이라도 부쳐 먹으면 되겠는데 마나님이나 며느님에게 눈치 보여 그것도 안 되면 어쩌냐 말이지...

'나는 아닌데...' 하는 거사님은 물론 행복하신 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