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 음식에 대한 노스탤지어
콩나물 해장국에는 역시 새우젓이 듬뿍 들어가야 제 맛이지...
콩나물 해장국, 새우젓 그리고 라면에 얽힌 이야기
남미 와서 이 년 동안 살면서 한국 음식 먹고 싶어 눈물 지은 적이 몇 번이었을까?
우루과이 살 때 노랗게 파마한 라면이 먹고 싶어 미칠 뻔한 적이 있었다.
눈 뜨면 사라졌다가 눈 감으면 떠오르던 고거이 나를 애닳게 해서 그 느낌을 블로그에 써놓았는데, 댓글의 여왕 saci 님이 우연히 발견하고 touching하다고 라틴방에 올리라고 해서 8만여 명이 클릭하고, 라면에 울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는 둥 많은 댓글이 달려 또 울어버렸었지...
그리고 늘 내 가슴을 후벼파는 것은 다른 것도 아닌 새우젓이었다.
어머님이 바닷가 출신이라 어렸을 때부터 젓깔 같은 것에 입맛이 길들여졌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고 새우젓이 먹고싶어 안달하게 되었다.
고 넘의 새우젓을 짜더라도 한 숫가락 퍼먹었으면 원이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한국에서 아침에 즐겨먹던 것이 바로 콩나물 해장국이었다.
난 아침밥 안 먹으면 죽는 줄 알고 욜심히 챙겨먹는 사람인데 어쩌다 입맛이 없으면 집에서 나와 잘 한다는 콩나물 해장국 집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새우젓 듬뿍 넣은 것도 부족해서 또 반찬 대신 새우젓을 젓가락으로 조금씩 집어 먹을 정도였다.
물론 짜지만 새우젓만큼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다.
콩나물 해장국에서 빠지면 안 될 새우젓...
그리고 그것이 나의 노스탤지어였다니...
아, 참.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이 많이 들어 숙취 해소와 피로 회복에 좋다나?
회원님들 재미있으라고 그때 라면에 얽힌 글을 다시 한 번 더 올려봅니다.
부에노 : 단 돈 500원에 행복한 하루 [39] | |
5320| 2007-05-22 | 추천 : 6| 조회 : 80020 |
남미 오래 살면 그저 그런(?) 음식
단 돈 500원에 행복한 하루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으면서 웃고 울며 산다.
오늘은 부에노가 참 행복한 날이었다.
그런 기쁨을 같이 나누면 또 즐거운 일이기에 푼수 글을 적어 본다.
남미에 와서 하루도 고기를 빠뜨리고 식사를 해 본 적이 없다.
소가 됐든 돼지, 닭, 양 등등.
뭐 돈이 많아서가 아니고 먹을 게 그런 것밖에 없다.
아침에 혼자 밥 먹을 땐 된장국이나 김치찌개 하나 끓여 놓으면 일주일 아침 내내 그것만 먹는다. 그래도 얼마나 맛있다고. 김치는 맛있게 담아서 한 포기씩 썰어놓는데 이제 남미 음식에 길 들여졌는지 매워서 잘못 먹는다. 계란프라이 두 개 해서 밥하고 먹으면 참 꿀 맛이다.
어쩌다가 육개장을 한 솥 끓여놓고 한 이틀 먹으면 어느새 빈 냄비만 남는다. 안또니오하고 식구들이 나 없을 때 다 먹어버린다. 맛있는 것은 알아가지고.
몇 달 전부터 라면이 무척 먹고 싶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처럼 한국 식품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만 뜨면 파마한 노란 면발이 삼삼하게 떠오르는데 어찌해 볼 재간이 있어야지.
다른 음식은 하나도 먹고 싶은 게 없는데 오직 라면만 생각난다.
앉으나 서나 라면 생각!
눈 뜨면 사라졌다가 눈 감으면 떠오르는 라면.
오늘 우연히 중국 교포를 만나 이야기 끝에 라면 3개를 얻었다.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 하나도 아까워서 후후 불어서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닭 알 한 마리 깨서 집어넣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먹는데 이리도 행복할 줄이야.
이 순간 남희 씨가 라면 뺏어 먹으러 오면 나눠 먹어야 할까, 모르는 척 해도 될까?
비록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라면이었지만.
글쓴이에게는 아직도 두 번의 행복이 남아 있어 생각만 해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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