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게에 대한 추억

부에노(조운엽) 2009. 3. 13. 09:47

 

 

대게와 키조개, 새우 그리고 홍합

 

 

 

어렸을 때 종종 밥상에 올랐던 게.

마늘과 파 그리고 씨 뺀 청량고추 만 넣고 게를 지리로 끓이면 국물이 담백하니 맛있고, 당시 단백질 섭취량이 적을 때 적은 비용으로 많은 식구들이 영양식으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간장 게장으로 담으면 밥 도둑이긴 하지만 역시 적은 양으로 밥 한 그릇 뚝딱 때울 수 있었고...

 

전에 한국에 40여 일 만에 들어오던 배를 탈 때 이맘 때쯤 인천에 입항하면 조리장이 싱싱한 꽃게를 사서, 무침을 해주었는데 게살이 얼마나 맛있던지 정말 허겁지겁 먹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빨로 게 껍질을 깨뜨려 먹다가 별 표시는 안 나지만, 앞니가 조금 부러졌던 아픈 기억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입항했을 때는 시내 레스토랑에서 예쁜 세뇨리따와 나무 도마에 나무 망치로 큰 게 집게발을 우아하게 깨뜨려가며 비노를 마시던 기억이 종종 떠오른다.

 

필리핀 바탄가스 항에, 온산 항에서 싣고간 항공유를 풀어주러 갔을 땐 선원 가족들과 내 아들 모두 8명인가 게와 새우를 싫컷 먹고, 맥주에 볶음밥에 배 터지게 먹고 20불 정도 낸 기억이 있다.

 

리마에선 게를 20솔레스(6~7천 원) 어치만 사면 장정 7~8명이 먹고 남는다.

그걸 아구아둘세 생선 시장에서 사다가 깨끗이 닦고, 물 적게 잡아 간장과 고춧가루 조금 넣고 삶으면 살도 발라 먹고... 국물에 밥 비벼 먹으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

그리고 유빈 누나가 삐우라에서 직접 갖고 오시거나, 종종 버스편으로 보내주시는 망글로브에서만 사는 게는 소금 조금 넣고 삶아 먹으면 꼭 참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이 고소하다.

그건 멋쟁이 님 뿐만 아니라 무늬만여우공주 님 그리고 두 따님이 킬러이시다.

난 한두 마리 먹으면 끽하는데 큰 공주님은 앉은 자리에서 기본 4마리는 짭하는 지존이시다. 

 

알라스카의 베링 해에서 겨울에 주로 잡는 킹 크랩은 정말 맛있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에서 작은 게를 잡으면 많은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일정 크기 이하의 게는 다시 바닷물에 놓아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지하게 큰 게지만...

바쁘고 귀찮아서 기준치 보다 작은 게가 딸려서 입항했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왕창 두둘겨 맞는 거지...

그 킹 크랩은 우리 카페 pillango 님이 무쟈게 좋아하신다는데 맛있는 게를 먹을 땐 게살에 님의 짠한 모습이 비치고... 게 뚜껑에 얹은 밥을 한 수저 뜰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난다. 

 

어제 저녁 알젠의 봄 형이 대게를 사가지고 와서 삶아 먹었다.

옛날에는 영덕 근처에서 겨울에 무진장 많이 잡혀서 현지 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길거리에서도 쪄서 팔고 흔하디 흔했는데, 요즘은 수온이 변해 많이 잡히지 않는가 보다.   

고거이 껍질도 얇고 살이 많고 담백해서 지금까지 짭짭한 게 중에서 꽃게 다음으로 맛있는 거 같다. 

만날 염장은... ㅋ 

저도 다시 뻬루 가면 꽃게나 영덕 대게는 영원히 못 먹는 거죠.

싸디 싼 리마 게나 참기름 맛 나는 망글로브 게나 묵어야지... ㅎ 

 

 

 

pillango 님 생각하면서 눈물 한 방울 찔끔하고 먹었다는...

 

 

패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