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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Che Guevara, Nathalie Cardone y 가봉 대통령의 보디가드 박상철 씨

부에노(조운엽) 2016. 5. 1. 06:39

 

 

 

 

가봉 대통령의 보디가드 박상철 씨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국인에게 경호 책임을 맡기지 않는다. 

그러나 아프리카 중서부 가봉공화국의 알리 봉고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아버지인 고 오마르 봉고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파격적인 인사 조처를 했다.
자신의 오랜 '보디가드'인 박상철 씨를 외국인임에도 경호실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한국인 8명, 모로코인 14명을 포함해 200여 명의 경호실 요원들이 박 실장의 지휘를 받는다.

 

지난해 1월에는 박 실장에게 수석의전관 자리를 겸직하게 함으로써 그 위상을 한층 높였다.

박 실장의 대통령 경호실 근무 경력은 28년째로, 그간 5차례나 훈장을 받았다.
연이어 2대째 대통령을 배출한 봉고 가문이 박 실장에게 보내는 신뢰가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다.

가봉 국민도 태권도 8단인 그를 '그랜드 박'이라 부르며 존경과 애정을 표시한다.
박 실장을 오늘의 '영광'으로 이끈 것은 한국인 특유의 성실성이다.

박 실장은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 같다. 외국인인 내가 이 자리까지 오른 데 대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강화에서 태어나 의정부에서 성장한 박 씨는 초등학생 때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운동화를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꿈을 접어야 했다.
15살 때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도복을 입고 태권도에 입문한 그는 절도있는 동작과 발차기에 매료돼 21세 때인 1972년부터는 아예 미군부대의 태권도 사범으로 나섰다.

태권도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았던 박 씨는 1984년 해외개발공사가 가봉에 파견할 경호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선뜻 지원했다.
최종 합격자는 4명이었지만 박 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출국을 포기하는 바람에 혼자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 갔다.

 

 

 


박 씨가 경호원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가봉 방문 때 벌어진 유명한 해프닝에서 비롯됐다.
공항 영접행사 도중 군악대가 애국가가 아닌 북한국가를 연주하면서 전 전 대통령이 노발대발하고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이 물리력을 써 가며 연주를 멈추게 하는 등 혼란 와중에 한국 경호원들이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고 봉고 대통령이 눈여겨봤던 것이다.
봉고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에게 공식으로 사과하고 사태를 무마한 뒤 한국 정부에 경호원 파견을 요청했다고 한다.

박 씨는 '당시 경호원 모집 공고가 났을 때 가봉이 어떤 나라인지 전혀 몰랐고 외국에 나가본 경험도 없었지만,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고,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이 컸기에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두고 홀로 비행기를 탔다.'고 회상했다.

 

 

 


대통령 경호실에 처음 배치됐을 당시에는 80여 명의 경호원 가운데 절반이 프랑스인이었다.

이들은 키가 167㎝에 불과한 박 씨를 깔보기 일쑤였지만 금세 상황이 역전됐다.
성실히 훈련에 참여하고 공용어인 불어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가봉 경호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결국 경호실의 무술은 박 씨 덕분에 태권도로 바뀌었다.
실력을 인정받은 박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선친 밑에서 외무장관, 국방장관 등을 역임한 현 대통령의 경호를 맡아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그는 '2010년 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때 경호 책임자로 고국 땅을 밟으니 참으로 뿌듯했었고, 체력과 여건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7년 정도 더 대통령을 경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가봉 정착 초기부터 주말을 이용해 태권도 보급에도 힘썼다.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무료로 가르치고 1년에 한 번 한국에 다녀올 때는 사비로 도복과 각종 훈련도구를 사서 나눠줬다.

또 2천여 명이 참가하는 태권도대회인 '박상철 챌린지'를 세 번 개최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군인들의 훈련과목에 태권도가 포함됐고, 작년 9월에는 대통령 지시로 태권도 전용체육관도 문을 열었다.

가봉 한인회장도 하는 박 실장은 '아프리카는 우리가 외면해서 그렇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이며 한국기업의 가봉 진출을 최대한 도울 것이며 한인 2세들이 확고히 자리 잡아 가봉 사회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