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짱이 님의 오리 구출 작전 y 끝이 없는 길, 박인희
리마 산 보르하의 오리와 거위
짱짱이 님의 오리 구출 작전
지난 겨울 짱짱이 님이 일산에서 지심행 님을 만나 호수공원을 오붓이 거닐었다는데...
밤새 함박눈과 함께 한파가 몰아쳐서 호수가 꽁꽁 얼어, 햇빛이 비치는 한쪽 공간에만 오리 몇 마리가 모여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리 한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진 곳에서 이상한 몸짓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혼자 분위기 잡나 생각했는데 점점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오리 배부분이 얼음에 붙어버린 것이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퍼득이며 몸부림을 쳤는지 여기저기 깃털이 떨어져 있고 힘이 빠져 울지도 못하고 갸냘픈 몸부림만 치고 있었다고 한다.
만주에서 부에노와 가다가 님과 같이 마오타이에 껍닥 묵으며 개장시할 때는 그때고, 지심행 님과 우아틱하게 데이또를 즐기고 있는 그 순간에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야 점수 좀 따셔야 안 되겄나...
얼음을 깨려고 커다란 돌을 주워 오리 앞으로 던져 봤지만 잘못하다가는 생 오리 잡게 생겼다는 거 아닌가.
그렇다고 얼음을 밟고 가자니 불안해서 할 수도 없고...
한없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어떻게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지심행 님에게 보여주긴 했지만, 그 엄동설한에 나이가 몇 갠디 차마 얼음물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느새 산책나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모두 안타까운 마음에 한마디씩 거들긴 했는데, 모리 잘 돌아가기로는 우리의 짱짱이 님을 따라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잽싸게 119에 전화를 해서 상황설명을 했다는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돌아온 답은 오리 한 마리 때문에 119가 출동할 수는 없다는 거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철학이 만주에서부터 몸에 밴 짱짱이 님은 올른 잔머리를 굴려 공원 관리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배를 타고 얼음을 깨면서 오리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고 한다.
호수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오리를 구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이윽고 오리는 꽥꽥하면서 무리가 있는 곳으로 서서히 헤엄쳐 갔다고 한다.
곁에서 이것을 다 지켜본 지심행 님도 짱짱이 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셔서 무지 뿌듯하고 기분이 좋으셨다고 한다.
'내가 이래뵈도 사람 볼 줄 안다니까' 하심시로... ㅋ
그리하야 다정한 연인(?)은 남의 이목이 있어 비록 손은 안 잡았지만 훈훈한 마음으로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는디...
한국에서야 휴대폰 공화국 답게 언제 어디서든 수시로 전화가 오지 않는가?
샤론 님과 야생마 님이 짱짱이 님과 저녁을 같이 먹자고 연락이 온 모양이었다.
짱짱이 님의 속삭이는 듯한 통화 내용이 지심행 님 귀를 의심케 만들었다나 뭐라나...
"거 말이야, 우리 잘 가는 남영동 전철역 건너 사철 오리탕 집으로 7시까지 오라우..."
웃자구요~~~ ^^
끝이 없는 길, 박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