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먹던 눈물의 된장국
해외 동포들에게 아리아리한 된장국
아르헨티나에서 먹던 눈물의 된장국
나는 대망의 아르헨티나 유학을 떠났다.
학교측에서는 동양의 꼬레아라는 나라에서 처음으로 여학생이 꼬르도바에 유학왔다고 특별히 배려해 좋은 기숙사를 배정해주었고 룸메이트들도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끼니를 때우는 일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빵과 쇠고기가 주식이었다.
그것과 스파게티로 반 년 가까이 먹다 보니 입에서 소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쌀밥에 김치가 먹고 싶었고, 된장국이 먹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참다 못해 룸메이트들에게 양해를 구해 방에서 밥을 해먹기로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공부하는 친구에게 된장과 김치를 구해서 버스 편으로 보내라 하고 가스 버너와 냄비를 사왔다.
된장이 도착하여 가슴 설레며 꿈에 그리던 된장국을 끓였다.
그런데 룸메이트들이 된장국이 다 끓기도 전에 '웩웩~' 구역질을 하며 창문을 열어제치고 당장 갖다버리라고 난리였다.
너희들이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지만 이런 고약한 냄새가 나는 줄 몰랐다고 강하게 항의를 받았다.
조금만 더 끓이면 되는데 궁리 끝에 구내식당으로 갔다.
어차피 요리하는 넓은 곳이라 냄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터이다.
주방장도 유일한 동양인인 나에게 호의를 보이며 흔쾌히 허락했다.
'보글보글' 고소한 냄새가 나며 된장국이 끓기 시작할 때쯤, 갑자기 식당에서 학생들이 떠들어 대며 이게 무슨 냄새냐고 아우성이었다.
된장국 냄새가 주방에서 학생들 식사하는 홀까지 퍼진 모양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냄비를 들고 나오는데 학생들이 수근거렸다.
창피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된장국을 맛있게 끓여주던 엄마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냄새가 퍼져도 상관 없는 곳, 그래 기숙사 뒷편 공터가 있지.
얼른 그곳으로 가서 가스 버너에 불을 켜고, 된장국을 올려 놓으니 잠시 뒤 냄비가 '달달달'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득 등 뒤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세상에... 그 많은 기숙사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고 있었다.
잘 통하지 않는 말로 손짓발짓까지 해가며 한국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이라고 통사정하니 다행히 나를 불쌍히 여긴 학생들이 딱 오늘만이라는 말을 남기고 되돌아갔다.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먹은 눈물의 된장국!
해외에 오래 안 나가본 사람들은 도저히 그 맛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 냄새가 남의 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
글 : 이종미 님
네펠리스의 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