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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루에서 키우던 두 마리의 달구 새끼

부에노(조운엽) 2009. 7. 24. 19:54

 

 

리마 수르끼요 시장 입구

 

 

뻬루에서 키우던 두 마리의 달구 새끼

 

 

 

남미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면 속도가 느린 인터넷 만큼이나 인내가 필요하다.

우선 일반적으로 개스 불이 상당히 약하다.

글쓴이가 음식을 해본 곳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그리고 뻬루 네 나라 뿐이지만 다른 나라라고 특별히 화력이 좋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나마 우루과이만 상대적으로 좀 낫게 느껴진다. 

 

리마의 한국 식당에서 우리 먹을 안주로 탕수육과 해물 완스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는 별도의 큰 개스통에 버너를 특수 제작해서 쓰기에 화력이 훌륭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는 화력이 형편 없다. 

그러다 보니 음식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번 죽을 쑤어봐야 노하우가 생긴다.

생각해보라, 탕수육을 튀기려면 불이 쎄야 하는데 한국에서 하던 식으로 빨리 튀기려고 했다가는 온도가 낮아 죽이 되어 연장이나 재료 탓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기 십상이다.

 

그리고 재료가 입맛대로 없다.

현지 식초는 형편없이 신맛이 떨어지지, 소금과 설탕도 맛이 다르지, 고춧가루는 색깔이 다른데다가 맛 또한 엄청 맵다든지 아니면 맹탕이라든지...

그나마 한국에서 컨테이너 타고 온 것들은 유통기간 다 되가는 것들만 모아서 덤핑으로 보냈는지 유효기간이 임박한 것들에다가 적도 통과하면서 푹 삶아졌다가 와서 뭔가 부실하게 느껴지는데다가 값 또한 디게 까칠하다.

 

그런 남미에서 우 전문가가 용을 쓰고 음식을 해 봐도 한국에서 먹던 맛과 사실 뭔가 2%가 부족한 것 같다.

 

 

 

 

야채 가게에서 오이 피클을 만들고 있는 뻬루아나

 

 

리마에 있을 때 잡초 님과 수르끼요 재래시장에 종종 갔었다.

일용할 쌀과 김치거리를 사기 위해서다.

거기 가면 일본인들 먹거리를 파는 곳이 있어서 배추, 무도 쉽게 살 수 있고 양념도 구할 수가 있다. 

쌀 또한 밥 지어서 먹을 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쌀 말고 한국에서 먹던 밥 맛과 비슷한 것을 살 수 있다.

 

한 번은 김치거리를 사러 갔다가 배추 겉 이파리와 무청을 버리려고 모아놓은 것이 보였다.

저거 말리거나 삶아서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뻬루아나 도우미가 거의 매일 해주는 얄궂은 닭 스프 보다야 훨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그것을 달라고 했다.

어차피 쓰레기로 버리려고 모아 놓은 건데...

 

 

 

뻬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색 미녀

 

 

그러자 거기 세뇨라가 뽀요(닭)를 키우냐고 물었다.

삶아서 된장국 끓여 먹을 거라는 이야기를 스페인어로 어케 알아묵게 말하냐고. 그래서 걍 'Sí(네).'라고 말해버렸지.

그랬더니 몇 마리 키우냐고 묻더군.

잡초 영감 실실 쪼개면서 'Dos(두 마리).'라고 하시더이다.

 

그래서 잡초 님과 글쓴이가 졸지에 꼬가 되었다는 거 아니겠는가.

좀 썰렁하나...?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뻬루아나와 한참 작업중인 글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