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태와 길 떠난 여인 ^(^
산티아고 데 칠레에서 길 떠난 여인
10.26 사태와 길 떠난 여인
"비가 오면 생각나는 길 떠난 여인
언제나 돌아올지 그 여인
길 떠난 외로움을 몰래 감추고
먼저 떠난 사람 못 잊어서 울던 그 여인~~~"
샤로니 온냐의 기타 반주에 맞춰 '길 떠난 여인'을 부르는 에쎄 누나의 애절한 목소리가 삼청동 안가에 조용히 울려퍼졌다.
긴 장미 댐배를 입에 물고 눈을 감은 채 노래를 감상하던 짱짱이 각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험~ 험~~~ 우찌 노래가 이리 애닳노... 갑자기 마눌님 생각나잖소."
"각하! 절대 심려 놓으십시오. 지심행 영부인께서는 절대 여길 모르십니다. 몰러, 잡초 부장이 일러바치면 모릴까."
경호실장 부에노가 모리를 조아리며 하는 대답에 각하가 한 번 더 다짐하는 듯한 말을 했다.
"절대 알면 안 된다우. 전에도 얼굴에 삵쾡이가 할킨 것 같은 자국이 나서 며칠 밖에도 못 나가고, 외국 정상들을 밤에만 만났잖소. 나가 니북 아들도 아니고... 험~ 험~~~."
때는 1970년대 말하고도 10월 26일 밤.
그날 낮에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했던 짱짱이 각하는 헬기를 타고 청와대로 돌아오다가 서울 상공을 한 바퀴 돌게 했다.
마치 그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뤄놓은 '한강의 기적'을 눈에 담아두려 하는 것 같았다.
그 전날, 각하는 청와대 뜰을 거닐다 낙엽 하나를 줍더니 쓸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고 한다.
"오동나무 낙엽 하나가 가을이 깊어감을 알린다고 했는데…."
혜영 님이 보내주신 순대와 겉절이 김치, 아흑~~~
시바스를 한 입 가득 삼키고, 옆에 있는 순대와 뻘건 겉절이 김치를 우걱우걱 씹어드시는 짱짱이 각하.
모 드실 땐 참 서민적이시다나.
젊은 시절의 샤론 스톤
"근데 이 아가씨들은 첨 보는 거 가튼데...?"
"넵, 기타 친 아가씨는 요즘 원초적 본능 완, 투로 한참 뜨고 있는 샤론 스톤이란 학생 배우고, 노래 부른 아가씨는 배꽃고녀 출신 미쿡 유학생 카수 에쎄라고 합니다."
아리아리 비서실장이 대답하는데 옆에서 묵묵히 술잔만 입에 대던 안기부 잡초 부장님이 각하에게 심각하게 한 말씀 올렸다.
대단하셔~~~ 지금 나이가 몇 개신데... ㅎ
"각하! 그런데 마산 사태가 심각합니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야당에서 또 무신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경호실장 부에노가 역정 비슷하니 안기부장 잡초 님에게 말했다.
"어이, 김 부장! 각하 술 드시는데... 그런 쓰벌 넘들 탱크로 다 밀어삐면 된다우~ 뭘 그까이 거 가꼬, 각하 술 맛 떨어지게 스리..."
안색이 확 변한 안기부장 잡초 님이 갑자기 품안에 손을 넣더니 육혈포를 꺼내 들었다.
"각하! 정신차리십시오. 우찌 이런 버러지 같은 놈들과 정치를 하신답니까?"
"으헉~, 김 부장 왜 그런다요? 어디 안전이라고?"
"내 총알 맛을 봐라. 에잇! 이 더러운 년~~~!"
만 날 삐스꼬만 묵다가 모처럼 마신 양주에 맛이 간듯 안기부장의 육혈포가 비틀거리며 불을 품었다.
"뭣들 하는 거야?"
짱짱이 각하가 근엄하게 말하자 다급해진 부에노가 경호원들을 불렀다.
"경호원! 경호원!"
사태가 심각해진 걸 직감적으로 간파한 에쎄 누나와 샤로니 온냐가 각하를 부축하면서 물었다.
"옵하, 괜찮아요?"
짱짱이 각하는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그때 그사람
잡초 안기부장님은 연기 나는 총구를 입에 대고 마치 서부 영화 아자씨처럼 멋지게 '후욱~' 불며 중얼거렸다.
"부에노 짜샤! 니가 군대 오기도 전 코 찔찔 흘리고 다닐 적에 난 마, 육군 하사였다구. 것도 반장이었어 임마. 니들이 알아? 취사반장님의 파워와 잉끼를...?"
길 떠난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