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유산 상속

부에노(조운엽) 2010. 9. 18. 23:03

 

사진

 

아르헨티나 산후안의 '달의 계곡'

 

 

짱짱이 님의 유산상속 ^(^

 

 

오래전 짱짱이 님과 남미 배낭여행 갔을 때였다.

아르헨티나 산후안에서 맛있는 아사도와 엔살라다에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달의 계곡을 트래킹하기로 했다.  

 

 

산후안에서 먹었던 아사도

 

 

아주 오래 전에는 바다였던 사막도시 산후안 

 

아침 일찍 달의 계곡으로 트래킹을 시작했다. 

사막이라 어찌나 더운지 너무 힘들었다.

낮 기온이 45도를 넘으니 아프리카나 중동 사막만큼이나 덥다.

그늘도 별로 없어 한참 걷다보니 쓰러질 것 같았다.

트래킹은 우리 체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돌아가기로 작정했다.

 

오던 길을 되돌아 가는데 아무리 가도 출발했던 마을이 나타나질 않았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았다.

기진맥진하여 헤매다보니 날이 저물어갔다.

겁이 덜컥 났다.

 

이곳은 혹성탈출이나 하이랜더같은 공상과학영화를 찍는 곳으로 기온의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그리 덥다가도 한밤중에는 상당히 추워지기도 하고, 여우나 들개 그리고 방울뱀과 전갈이 사는 곳 아닌가.

안 그래도 얼굴이 하얀 짱짱이 님은 더 하얗게 질려 나를 쳐다보며 안절부절 못했다.

사실 나도 겁이 많이 났지만 둘 다 겁을 집어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조금만 더 가면 민가가 나타날 거라고 안심을 시켰다.

죽기 아니면...

살기 아닌가?

 

 

달의 계곡 

 

해가 저물도록 헤매다보니 멀리 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살았다 싶어 젖먹던 힘을 내어 뛰다시피 그곳을 향해 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불빛 나는 곳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렸다.

남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 년도 더 된 집 같았다.

한참후 인기척이 들리며 문이 조금 열렸다.

호롱불을 든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서늘한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다른 한손에는 남미 원주민이 쓰는 번쩍이는 칼이 들려 있었다.

 

 

 

짱짱이 님이 영어로 급하게 더듬거리며 '위아 투어리스츠. 쿠쥬 슬립 요 하우스 훠러스, 플리이스?'라고 말했는데 못알아 듣는 것 같았다.

하긴 남미에서 영어가 잘 통하질 않으니...

 

내가 얼른 짧은 스페인어로 '세뇨라, 소모스 뚜리스따스. 뽀드리아 도르미르 엔 뚜 카사, 뽀르 파볼?(부인, 여행자인데 죄송하지만 잠 좀 재워주실래요?)'이라고 말하니 그제사 우리를 찬찬히 쳐다보고는 칼을 내리며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큰 거실을 지나 한 방을 가리키며 두손을 모아 머리에 대고는 자라는 시늉을 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세뇨라에게 고맙다고 고개를 90도 숙여 몇 번 인사를 하고 욕실에서 씻고 잤다.

 

 

 

하몬을 넣은 빵

 

 

아침에 일어나 길을 떠나려는데 세뇨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거실 식당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빤 데 하몬과 카페 꼰 레체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감격하여 목이 메어 맛있게 먹고 100불짜리 한 장을 내밀었으나 세뇨라는 웃으며 손을 살래살래 저었다.

 

그렇게 우리는 남미 배낭여행을 여러 군데하고는 귀국하여 각자 생업에 바쁘게 지냈다.

짱짱이 님은 육대주를 안방 드나들듯이 무역하느라 바빴고, 나는 청계천 복개도로 지나듯이 배를 타고 오대양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추석 전에 남영동 옥탑방에서 짱짱이 님을 만났다.

짱짱이 님이 미소를 지으며 오래 전 아르헨티나 달의 계곡에서 헤매다가 하룻밤 묵어 간 고옥에서 세뇨라와 잤냐고 물었다.

그걸 어찌 아냐고 했더니, 게다가 짱짱이 님 이름을 대고 왔냐고 물었다.

헉! 그것까지...

 

짱짱이 님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 세뇨라 루사가 십만 불의 유산을 상속했다고 아르헨티나 아보가도(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고 했다.

깨갱~~~!

 

 

 

남미의 아보가도

 

그런데 부에노한테는 백만 불이 상속됐다는데 어케 된 일인지... ^^

 

 

 

Hijo de la luna (달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