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Bride of Frankenstein, 짱순 씨의 고백 y Endless love, Diana Ross & Lionel Richie

부에노(조운엽) 2013. 2. 2. 12:15

 

 

 

 

모름지기 남편감이란...

 

 

"대머리만 아니면 돼. 배만 안 나오면 되지 뭐~."

개띠 처녀 짱순 씨의 바람은 이렇듯 작고 소박했었다.

마음만 통하면 되지 그깟 외모가 대수냐, 큰소리 땅땅 쳤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서른을 넘기고 거기서도 몇 해가 더 지나자 똥줄이 탄 그녀의 모친이 기별도 없이 집 앞 경양식집에 떡하니 마련한 맞선 자리.

남산 정상에 올라 식어 빠진 김밥을 꾸역꾸역 집어먹다 모친의 부르심에 급히 하산한 짱순 씨는 경양식집에 들어서는 순간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머리는 벗겨졌지, 눈은 칠레노들이 치노 놀리는 것처럼 좍 찢어졌지. 키는 쪼깨 큰데 떡대는 또 어찌나 벌어졌는지, 맨손으로 소도 때려잡게 생겼더라구."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얼굴이 벌게져서는 늙은 엄마를 다그쳤다.

"하나밖에 없는 딸, 껌값에 팔아 치우려고 안달이 났어, 안달이?"

그렇다고 물러설 어머니가 아니었다.

"생긴 게 밥 멕여 주냐? 대학 나왔제, 무역회사 다니제, 뭣보단 총각이제. 글고 네 나이가 작냐? 곧 폐경기다 이것아."

 

 

 


토끼띠, 그 프랑켄슈타인 닮은 남자를 두 번째 만나던 날엔 얼굴 보기 괴로워 그 사람 뒤쪽만 쳐다봤다.

세 번째 만났을 땐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각자의 길을 가자.'고 선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제가 이래 봬도 남영동에 집 하나는 있습니다. 수만이 사는 집만큼은 못 돼도 우리 둘 누울 자리는 됩니다."

쌍수를 들고 반색한 이, 당연히 어머니시다.

"모름지기 요즘 최고의 남편감이란 경제력 있고 사지 튼튼한 머슴형이 최고니라."
외모만 접고 보면 그런대로 귀여운 맛도 있었다.

그래도 결혼까진 아니었다.

"암만 생각해도 안 되겠어. 대화가 안 돼. 내가 배낭 메고 여행하는 게 좋다고 했더니 '등 아프게 뭐하요?' 그래. 푸켓의 산과 바다가 참 좋다고 했더니, 서울서 조금만 가도 송도공원에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둥둥 떠다니는데 뭐하러 돈 주고 거기까지 갑니까?"

그러자 관록의 어머니, 결정타를 날렸다.

"죽고 못 사는 사이라야 결혼하는 거 아니다. 닮은 데 천지여도 허구한 날 잘만 싸우더라. 너 좋다는 남자 있을 때 못 이기는 척 가란 말이시."

 

 

 

 

모친과의 일 년여 사투 끝에 토끼띠 남자와 백년가약을 맺은 짱순 씨.

얼마 전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과 함께 남편의 근황을 전했다.

"심지는 다 빠지고 옆머리만 펄렁대는 게 갈수록 프랑켄슈타인 박사 같어. 근데 그 인간, 얼마 전 고백을 하더라고. 집 말이야. 울 엄마랑 짜고 친 고스톱이었대. 우리 딸 잡고 싶으면 돈으로 꼬셔야 한다 그러더래. 옥탑방도 집은 집이지."

프랑켄슈타인의 고백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날 경양식 집에서 내빼고 싶었던 건 자기도 마찬가지였다더군. 난쟁이 똥자루만한 키에 등산화 신고는 땀내 풀풀 내며 팔자걸음으로 들어오는데 꿈 깨더라나. 다시 만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그날 저녁 울 엄마 비장한 목소리로 전화했더래. '첫눈에 반하는 여자 찾다간 자네 총각 귀신으로 늙어 죽네. 삼세 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엄마, 프랑켄슈타인 장모 덕에 내가 시집을 갔단 말이지, 호호호."

 

 

이글은 특정인에 관한 글이 아니고 김윤덕 님의 글을 각색한 콩트입니다. ^^

 

 

 

 

Endless love, Diana Ross & Lionel Rich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