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모토 사고, 내가 있기에 세상이 있는 거지

부에노(조운엽) 2012. 12. 24. 00:31

 

 

 

 

내가 살아있기에...

 

 

가끔 비행기 사고나 선박 침몰 사고를 뉴스에서 보게되면 남의 일 같지 않고 언젠가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혼자 생각을 해본다.

만약 나에게 그런 사고가 났을 때 담담히 받아들이자. 

그런 사고가 났을 때 패닉이나 고통의 순간이 길지 않는 것도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

 

아침에 프놈펜 공항쪽으로 출근하는데 길이 막혔다.

무슨 사고가 났나 보니까 교차로 한쪽에 사람들이 모여있고 모토싸이클 옆에 쓰러져 누워있는 사람이 보였다.

가끔 보는 모토 사고였다.

 

타이나 캄보디아에서 늘 모토돕을 타고 다니면서 혼자 생각하곤 한다.

나도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내 몸이 내 게 아니라는 거지.

그런 거 겁나면 비행기나 차는 어떻게 타고 다녀.

 

 

 

 

 

 

정오쯤 카페 회원 캄하늘 님과 부인 그리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 가는 것은 어렵지만 무쟈게 공부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을 만나기 위해 모토돕을 타고 프놈펜 뚤꼭을 향해 가고 있었다.

늘 이용하는 단골 중년 기사라 아무런 걱정 없이, 젊은이들 만나서 이야기할 캄보디아어를 생각하며 바람을 가르고 시내를 질주했다.

그런데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 비명을 지르며 기사와 내가 도로에 자빠져서 벌렁 누워버렸다. 

'오이나~', 내가 탄 모토가 대로 한복판에서 앞에 가는 모토의 긴 짐칸에 부딪쳐 자빠진 거다.

 

'쿵!' 하고 넘어지면서 순식간에 눈앞에 별이 보이며 캄캄해지고 머리는 띵한데, 아스팔트 길을 등에 지고 눈을 감은 채로 분주히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하늘을 향한 두 팔이 잠시 마비된 것처럼 내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몇 번 꼼지락대니 팔이 움직였다.

기사와 함께 일어나니 모토는 길게 누워있고 내 안경과 기사 선글래스는 부서져서 길 한복판에 굴러 다니고 있었다.

 

주위 사람의 부축을 받고 절뚝거리며 길가로 나왔다.

몸을 움직여보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얼굴과 다리에서 피가 조금 나고, 머리에는 혹이 나고, 여기저기 찰과상을 입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어 사태를 수습하고 안경점과 약국에 들러 부러진 안경테를 붙이고, 상처를 소독하고 빨간 약을 발랐다.

기다리고 있을 젊은이들을 생각하며 다른 모토를 타고 만날 장소로 향했다.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차량 통행량이 많은 그 도로에서 뒤따르던 차가 우리를 치었으면 더 큰 사고가 나 병원에 오래 누워 있거나 하늘나라에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나마 많이 다치지 않고 걸어서 다닐 수 있어 큰 불편함이 없으니... 

물론 내일 아침 일어나서 더 이상 아픈 데가 없어야 좋겠지만, 며칠 아프다한들 그만하길 다행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