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에서의 하루, 거짓말

부에노(조운엽) 2016. 6. 30. 06:20

 

 

 

인형 부속을 만들고 있는 우리 선수들

 

 

프놈펜에서의 하루, 거짓말

 

 

 

어머니는 딸을 낳고, 그 딸은 다시 자식을 낳아 엄마가 된다.

그 자식은 또...
우리네 삶은 그렇게 이어진다.

 

우리 삶에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 때문에 또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러기에 애초에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더 불편함을 막을 수 있다.

프놈펜에 살면서 현재 진행 중인 에피소드 하나...

 

 

 

우리들이 만든 고깔모자와 인형 옷을 들고 있는 노처녀 재봉사 아엠 양

 

 

중국 공장 두 곳에서 인건비를 석 달째 못 받고 있고...

또 나를 많이 도와주던 친한 사람이 급여자금을 며칠만 쓴다고 빌려 가고는 몇 달 지났는데 계속 내일 내일 하다 오늘에 이르렀다.

드디어 사달이 났다.

직원들 주급을 맞추느라 석 달 12주를 정신없이 보내면서 나도 돈을 여기저기에서 빌려 급여를 맞춰왔다.

대부분 곧 정리됐지만, 급히 빌려 쓴 사채 상환 날짜가 월요일이었다.

 

마침 최근까지 피스제(옷 한 벌 꿰매는데 얼마)로 일하다가 수지를 맞추지 못해 직원들만 남기고 나만 빠져나온 한국 공장에서 토요일 직원들 줄 주급을 바이어한테서 돈이 들어오지 않아 화요일로 미루었는데 나만 월요일에 미리 받았다.

지인이 빌려 간 급여자금은 수요일까지 꼭 갚아준다고 했다.

궁여지책으로 그 공장에서 받은 직원들 급료로 사채를 막고, 지인이 빌려 간 돈을 갚으면 급료를 줄 요량으로 공장에서 급료를 받았다는 말은 안 하고, 직원들에겐 두리뭉실 내가 하루 이틀 뒤에 주급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 공장에서 객공을 다섯 군데 업체에서 쓰는데, 나만 인건비를 주고 나머지 네 군데 캄보디아인 용역에는 화요일 준다 하다 아직 돈이 준비되지 않아 토요일로 미룬 상태였다.

한국인인 나만 객공 직원들 급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캄보디아인 용역업체 대표들이 알면 난리가 날 상황이었다.

 

 

 

언니와 함께 실밥 따는 방년 19세 짠티 양

 

 

사십여 명의 우리 직원들에 일일이 며칠만 기다리라고 말해 다 이해한 듯했으나 몇 명이 공장 사무실에 가서 왜 주급을 주지 않느냐고 따진 모양이다.

공장장한테 전화가 와서 자기 회사에선 급료를 다 주었는데 공장에서 안 줬다고 객공 직원들에게 말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이런 개망신이...

 

애초에 사실대로 이실직고해서 직원들에게 한국 공장에서 급료를 받았지만, 다른 중국 공장에서 아직 인건비를 주지 않아 당신들 주급 주느라 빌렸던 돈을 일단 상환했고, 받을 돈이 더 많으니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말했으면, 다들 이해하고 공장 사무실에 쳐들어가는 불상사는 없었을 텐데...

 

그리고 돈을 빌려 간 지인도 자기 회사에 적지 않은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해 최근에 부인이 자살하고 여러 사람이 애를 먹고 있는 물고 물리는 불편한 현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