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에서의 하루, 바지
프놈펜에서의 하루, 바지
지난달에 집에서 인형을 꿰매고 납품한 후 직원들과 기분 좋게 쫑파티를 하고 다음 작업을 기다리다 시간이 훌쩍 갔다.
프놈펜 봉제 시장이 시기적으로 별로 좋지 않고 인형 공장과 이런저런 이유로 다음 작업을 포기했다가 바이어 K 사장님이 중국 내수 바지 만팔천 장을 갖고 왔다.
그 다음 작업이 육만 장이 있다 하고 공임도 잘 받아왔다.
봉제의 '봉' 자도 모르는 글쓴이지만, 그 비슷한 바지를 얼마 전에 피스제로 해 본 경험이 있고, 주머니와 끈 끼우는 것도 없어 제일 쉬운 바지 스타일이라 자신이 있다.
우리 선수들을 다시 모았다.
특급 재봉사 세 명과 일부 직원은 한국 공장에 객공으로 보내 일하고 있어 다른 에이급 선수들에 연락했다.
다른 공장에 객공으로 나가 있는 직원들도 그만두고 온다 하고, 나머지 직원들도 서로 온다고 난리다.
자타가 아는 특급 선수를 내 공장으로 빼 오면 인간적으로 미안해서 그들을 빼고 23명을 불렀다.
기계를 18대 빌리고 에이급 재봉사 18명, 보조 4명, 재봉틀 기사 1명이 모였다.
라인 세팅하면서 오늘로 사흘째 일하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다.
바지 옆 단을 꿰매고 합복하는 오버록 재봉사들이 나름 선수들인데 시간당 사오십 장밖에 나오질 않는다.
그나마 씨 눈, 뗍 씨 두 명만 칠십여 장이 나온다.
구십, 백 장씩 꿰매는 특급들을 보다가 사오십 장이 나오니 분명 큰 문제다.
문제는 해결하라고 생긴 것 아닌가?
일단 백 장 가까이 꿰매는 선수들을 물색했다.
두세 달 전까지 같이 일했던 전문 객공인 야리 씨가 마침 일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얼마 전까지 브러티은(반장)으로 일했던 팔방미인 짠리나 씨가 찾아와서, 일하는 공장에서 월급 받은 후 12일부터 일하겠다고 했다.
특급 객공인 싸으라우 씨가 다음 주부터 일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특급 재봉사인 짠다 씨 사촌이 시간당 백 장 이상 박는 특급이라는데 내일부터 우리 공장에서 일하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칠팔십 장 이상은 능히 꿰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K 사장님이 우리 선수들에 기가 막힌 조언을 해주었다.
일반적으로 바지 옆 단을 박고 앞으로 넘기면 다른 재봉사가 안쪽을 꿰매고 세 번째 재봉사가 좌우 합복에 들어가는데, 옆 단과 안쪽을 한 공정으로 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하니 비슷하게 시간당 서른다섯 장 정도가 나온다.
그 말은 예전 방식으로 치면 칠십여 장을 꿰맸다는 말이다.
두 공정에서 재단물 만지는 시간이 반으로 줄고, 두 명이 꿰매는 것을 한 번에 하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면 이런 식으로 백 장 박는 특급들은 이백여 장 가까이 꿰매는 효과가 된다는 말이다.
이번 주말까지 선수들 손발을 더 맞추고, 타깃을 하루 천오백 장으로 해서 신바람 나게 일하고, 물가 싼 나라에서 예쁜 아짐들과 회식도 자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