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국민 음료 박카스 성공 신화 y 길, 백미현
캄보디아 국민 음료 박카스 성공 신화
캄보디아 사회과학대 약학과 2학년인 콤신과 친구들은 학교 건너편 편의점에서 한국어가 선명하게 찍힌 ‘박카스’를 마시며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콤신은 ‘한 달 용돈이 50달러 정도인데 1주일에 두 번 정도 박카스를 마시며 박카스는 한 번 마시면 잊히지 않는 독특한 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박카스 사업을 하는 쏙 삼낭 캠 골드사 사장은 ‘대장금을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한류열풍과 피로 해소제로 접근한 광고 콘셉트가 맞아떨어졌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지 주요 뉴스 방송 때마다 박카스가 등장하고 한국말을 그대로 사용할 정도로 캄보디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삼낭 사장은 ‘중고 중장비를 사려고 한국에 자주 갔는데 그때마다 중장비 기사들과 박카스를 마시면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트마이 지역에 위치한 캠 골드 본사.
프놈펜 중심부에서 10㎞ 정도 떨어진 이곳은 ‘박카스 신화’ 창조의 진원지로 불린다.
2009년 하반기 시장 반응 조사 차원에서 박카스 26만 캔 정도를 들여와 유통한 지 만 7년, 박카스 열풍이 캄보디아를 휩쓸고 있다.
첫해 2,000만 원이었던 매출이 작년 말엔 600억 원어치가 팔렸다.
이날 섭씨 32도, 체감 온도로는 36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이 곳 직원들은 박카스 박스를 트럭에 옮겨싣느라 쉴 새가 없었다.
쏙 삼낭 사장은 ‘40여 곳에 이르는 도매업체에서 밀려드는 배달 주문을 소화하려면 직원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면서도 만면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에너지 드링크의 대명사인 미국 레드불마저 누른 캠 골드 직원들은 ‘한류 열풍’에 버금가는 ‘박카스 열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일 년에 총 2억 캔 이상이 팔려 캄보디아 인구 1,500만 명이 연간 13캔씩 박카스를 마시는 셈이다.
캠 골드에 박카스를 공급하고 있는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캄보디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한국의 25분의 1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박카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캠 골드가 박카스의 동남아 전초기지가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2009년 당시 중장비 임대업을 구상 중이던 쏙 삼낭 사장은 두산중공업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 출장길에 올랐다.
여독에 지쳐 있던 때 택시기사가 건네준 박카스는 그의 사업 구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쏙 삼낭 사장은 “피로가 싹 가시는 게 ‘이거야말로 돈이 되겠다.’ 싶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두산중공업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만사를 젖혀두고 동아제약을 찾아 계약을 맺었다.
처음부터 사업이 순탄치는 않았다.
우선 캄보디아인에게 생소한 ‘박카스’란 이름을 알리는 게 급선무였다.
캔을 들고 밤낮없이 이곳저곳 뛰어다녔고, 유동 인구가 많기로 소문 난 프놈펜 중앙 시장과 일본 다리 부근에 캄보디아 최초로 음료수 옥외광고도 시도했다.
쏙 삼낭 사장의 도전과 열정으로 연 매출 600억 원을 달성했고, 지금은 인기 프로그램 협찬과 간접광고(PPL)뿐 아니라 캄보디아 국기인 킥복싱도 독점 후원하고 있다.
매년 11월 300만 명 가량이 몰리는 ‘워터 페스티벌(Water Festival)’도 주요 후원 대상이다.
편의점과 동네 마트, 번화가의 길거리 상점 등 이제는 프놈펜 시내 어디를 가도 박카스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
시내 한 편의점 직원 쏙 칸 씨는 ‘레드불이나 콜라보다 가격은 오백 리엘 비싸지만 4배 정도 더 잘 팔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캄보디아 봉제·신발 산업 분야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이 한 달 140달러인 소득 수준에서 캔당 2,500리엘(약 750원)에 팔리고 있는 박카스는 사치품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매출이 급성장하는 데 대해 동아ST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의 1960~70년대와 사회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K-팝 등 한류 열풍에다 산업화 초기 샐러리맨의 피로해소를 콘셉트로 잡은 것이 매출 상승에 주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