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산맥을 비행기로 넘으면서 찍은 사진
당신과 나의 안데스 산맥을 넘어, 죽음의 반대는 사랑이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엄마는 일찍 저녁을 차렸다.
그리고 서둘러 설거지를 마치고 들어와 이부자리를 편 뒤 텔레비전을 틀었다.
헨리 만치니의 '영광의 탈출(Exodus)' 메인 테마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우리는 내복 차림으로 이불을 들쓰고 '명화극장'을 보았다.
엄마는 특히 재난 영화와 추리물을 좋아했다.
코난 도일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영화화한 추리물은 물론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타워링' 등의 재난 영화는 몇 번이고 반복해 봤다.
가물가물 졸음이 오는 가운데도 엄마와 함께 영화 보는 시간이 좋았다.
하도 많이 보아 어디서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지 알았기에 나와 동생은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장면이 나오는 순간 재빨리 엄마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의 그 뭉클하고 따스한 체온을 기억하며, 나는 결국 문학을, 동생은 영화를 전공하게 되었다.
고전들과 달리 요즘의 재난 영화는 엄청난 제작비로 대단한 규모의 재난과 참상을 보여 주기에 바쁘지만, 사실 재난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화산 폭발이나 태풍, 대홍수보다 그 거대한 재앙에 직면한 인간들의 다양한 반응을 엿보는 데 있다.
누군가는 맥없이 죽고, 누군가는 끝까지 싸우고, 누군가는 자기만 살겠다고 남을 짓밟는다.
그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다.
우리는 그들 중의 어느 하나와 반드시 닮아 있기 마련이므로.
희망을 말하기에 앞서 삶을 말하고 싶었기에, '난도의 위대한 귀환'을 첫 번째 책으로 뽑아 들었다.
이 책은 1993년에 개봉되어 큰 인기를 모은 재난 영화 '얼라이브'의 실제 생존자인 난도 파라도가 사고를 당한 지 34년 만에 발표한 육성의 기록이다.
1972년 우루과이의 대학교 럭비팀 소속 45명은 전세 비행기를 타고 칠레로 원정 경기를 가다가 난기류를 만나 안데스 산맥 한가운데 추락한다.
살아남은 자들이 겪은 추위, 굶주림, 공포와 절망 등은 영화 '얼라이브'에서 생생하게 표현된다.
생존을 위해 동료의 시신을 먹는 '인육 섭취'의 장면 등은 매우 자극적인 소재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난도 파라도는 왜 이미 영화에서 다 '보여 준' 것들을 3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야기'하려 하는가?
난도는 친구 로베르토와 함께 장비도 없이 10일간 걸어서 안데스 산맥을 넘어 구조 요청에 성공한다.
사고가 난 지 72일 만에 살아 돌아온 그들을 두고 사람들은 입 모아 '영웅의 귀환'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영웅이었을까?
그곳에서 죽은 자들은 그들만큼 용기와 지혜가 없었을까?
그들이 끝내 스스로 구조하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말한다.
완전한 무기력과 절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난도를 희망으로 이끈 것이 무엇이었는지 고백한다.
난도는 죽은 어머니가 갓 태어난 누나의 아이에게 주기 위해 산 빨간 아기 구두를 아이에게 신기며 '난 네 삼촌 난도야.'라고 말하는 것을 상상한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죽음이 절대이며 삶은 그저 짧고 허약한 꿈에 지나지 않는 절망의 극한 속에서도, 그는 마침내 깨닫는다.
“죽음의 반대는 그저 살아 있는 그것이 아니다. 용기도 믿음도 인간의 의지도 아니다. 죽음의 반대는 '사랑'이다. (중략) 사랑은 우리의 유일한 무기인 것이다. 사랑만이 삶을 기적으로 만들 수 있고 고통과 공포로부터 귀중한 의미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는 가운데서도 그는 이 사랑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감사히 껴안고 삶의 매 순간을 기적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안데스를 안고 살아간다.
고통스러운, 끔찍한, 그러나 허위허위 넘어야만 할 그 산맥.
하지만 죽음보다 더 강력한 사랑, 가족과 미래와 살아 있다는 단순한 경이감에 대한 사랑을 생각한다면, 난도가 그러했듯 우리도 삶의 안데스를 끝끝내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숨을 쉬어라. 다시 숨을 쉬어라. 숨을 쉴 때마다 너는 살아 있는 것이다!”
그들이 희박한 공기 속에서 퍽퍽 꺾이는 무릎을 짚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으며 울부짖었듯이, 우리는 아직 이렇게 살아 있다.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김별아 님
Sinno me moro
피에트로 제르미 감독이 작사한
이탈리아 영화 '형사'의 주제가로
Alida Chelli가 불렀다.
이 영화는 칠레 마르 델 플라타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는데,
내일을 모르는 절박한
애정을 안타깝게 노래한 테마 뮤직은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유행했었다.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미오'로 시작하는 이 노래...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Alida Chelli 의 'Sinno me moro'는
현재까지도 올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당대 제일의 영화음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inno me moro, 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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