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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세요, 에콰도르의 영웅들이여

부에노(조운엽) 2010. 7. 24. 16:45

 

 

에콰도르를 응원하는 국민들

 

 

울지 마세요, 우리들의 영웅들이여

 

 

2010년 남아공 월드컵도 끝났는데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남미 에콰도르의 흐믓한 이야기가 있어 올립니다.

 

2006년 6월 26일 독일 월드컵 16강전이 열리고 있는 슈트가르트.

잉글랜드와 에콰도르의 경기 종료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코어는 1 대 0.

잉글랜드는 팀의 주장이자 세계적인 미드필더 데이비드 베컴이 후반에 환상적인 프리킥을 성공시켜 8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열광하는 에콰도르 응원단

 

같은 시각, 에콰도르에서는 모든 국민들이 몰려나와 비록 지고는 있지만 좌우에서 활발히 돌파를 시도하며 잉글랜드 골문을 열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에콰도르 국가 대표선수들을 목청껏 응원하고 있었다.

 

에콰도르는 당초 많은 축구 전문가들로부터 약체로 평가받았지만 조별 예선에서 폴랜드와 코스타리카를 누르고 2승 1패로 16강에 올랐다.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어 독일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팀 중 하나로 부각되었으며, 대회 내내 선전을 한 에콰도르 선수들은 자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골을 넣고 기뻐하는 아구스띤 델가도 선수

 

잉글랜드와의 경기가 끝나는 호각이 울리자 에콰도르 선수들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중 공격수 아구스띤 델가도, 미드필더 에디손 멘데스와 수비수 올리세스 라 크루스 등 세 선수는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안데스 산맥의 발 데 초따 출신으로 이들이 선수로 뛰는 최고 목표는 동네 주민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었다.

크루스는 '어려서 살던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병원을 가려면 한 시간이나 걸려서 다른 동네로 나가야 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들은 그런 마을을 위해 그 동안 축구 선수로 뛰면서 받은 월급을 모아 재단을 설립하여 오랜 준비를 거쳐 발전기를 도입하고 병원을 지었다.

어렸을 때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200여 명 정원의 초등학교까지 만들었다.

 

"돈을 벌기 위해 축구를 하느냐고요? 예, 그래요. 축구를 하면 저도 행복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더 기뻐요."

주장 겸 에콰도르 국가 대표선수의 상징으로 불리우는 이반 우르따도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14살 때부터 프로팀에서 뛰면서 30명이 넘는 가족을 부양한 그는 카타르의 클럽팀에서 뛰면서 받은 월급 대부분을 마을에 기부했고, 집 없는 아이 150여 명을 위한 보호시설도 마련했다.

 


 

행복해 하는 에콰도르 응원녀

 

이런 선수들을 에콰도르 국민들은 영웅으로 떠받든다.

국가에서조차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축구로 번 돈으로 의료시설을 지어주고, 가난 때문에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축구를 하고 싶은 어린 선수들을 위해 유소년 축구 재단을 세웠다.

 

멘데스는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 배고프지 않았던 날이 별로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외지에서 초청되어온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어떻게 가난을 벗어날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어릴 적 공을 차고 놀던 흙바닥에 학교를 세웠고, 유소년 축구 재단도 세웠다.

 

"아이들이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면 저희도 큰 행복을 느낍니다." 

어디서나 당당한 에콰도르 축구 영웅들의 말이다.

비록 월드컵 16강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들만큼 아름다운 축구선수들이 얼마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