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5세대 욜란다 박 10년째 시청률 1위
"호호호, 저도 한국인이라예!"
살짝 그을은 피부, 아시아계 남미풍의 이국적인 미모.
그 입에서 부산 사투리가 나올 줄은 몰랐다.
말끝마다 '~예'로 끝나는 어투가 완전 '부산 아가씨'였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한 아파트.
방송을 마치자마자 달려온 욜란다 박(Yolanda Park, 한국명 박지경) 씨의 얼굴은 메이크업까지 조금 전 TV에서 본 그대로다.
하지만 화면 속 그 유창하던 스페인어는 온데간데없다.
파라과이의 아침은 그녀의 환한 미소와 함께 시작된다.
시청률 1위 채널 카날 누에베의 아침 뉴스쇼.
"올라!(안녕하세요.) 부에노스 디아스.(좋은 아침입니다.) 소이 욜란다 팍.(욜란다 박입니다.)"
그 옆 단짝 남성 앵커가 받는다.
"소이 마리오 빠레이로.(저는 마리오 파레이로입니다.)"
역시 최고의 베테랑 기자다.
둘은 8년째 인기 정상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저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어예. 2001년 신방과 3학년일 땐데 라디오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어예. 도우미로 일하겠냐고. 그 뒤 담당 기자가 나가면서 제가 라디오 우노 뉴스 프로를 맡게 됐어예."
도약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었다.
처음엔 한국에서 오는 동영상 통역 일.
그러다 월드컵 밤 프로 진행자 4명 중 한 명으로 발탁됐다.
"한국 덕을 참 많이 봤지예."
월드컵은 그녀의 인기를 수직으로 끌어올렸다.
아침 프로 길거리 리포터에서 진행자로 껑충.
"여자 앵커가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호호."
다시 TV에서 봤던 그 함박웃음.
경상도 아가씨의 '털털함'이 남미 남단에서 통하고 있다.
지금은 월~금 아침 5시 반~9시 간판 뉴스매거진쇼를 책임진다.
10년째 시청률 부동의 1위.
남성 진행자가 3명째 바뀌었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다.
밤 10시 반 취침, 새벽 3시 반 기상이 10년째 반복되고 있다.
저녁 시간 라디오 뉴스, 음악 프로도 단독 진행한다.
파라과이에 온 것은 1982년.
두 살 때 '남미 '남'자도 몰랐지만 외국에 한번 가보고 싶었던아버지 박용순 씨와 부산에서 잘 살고 있던 어머니 김인순 씨를 따라 농업이민을 왔다.
학창 시절부터 그녀는 친구들을 몰고 다녔다.
현지 학생을 누르고 총학생회장까지 했다.
110년 천주교 사립 여학교 사상 처음이었다.
아순시온 국립대 신방과를 차석으로 들어가 수석으로 마쳤다.
"처음 방송 시작할 땐 파라과이 기자들이 '너희 디스펜사(한인들이 주로 하는 구멍가게)는 어디 있냐?'며 놀렸어예. 이제는 내가 TV에 나오면서 한인 이미지를 바꿔놓은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아예. 참, 작년 일본 쓰나미 때 한국이 도와준 뉴스 전하면서 덩달아 신났어예."
한국에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부산 구경도 해야지예. 한국은 작지만 참 큰 나라라예. 일도 많이 하고 잘살고…."
상투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한국과 파라과이가 월드컵 결승에서 만난다면?
"TV에서는 파라과이, 마음속으로는 한국. 비기면 제일 쉽겠지만…(마음 편하다는 뜻) 호호호."
한국 독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부탁했다.
앵커처럼 자세를 잡더니 예의 촌스런 사투리로 말했다.
"멀리 산다고 괄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예. 여기까지 왔지만 다 똑같은 한국 사람 아입니꺼. 한국 가면 똑같이 받아 주이소."
Latin eyes, Laura Fygi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네덜란드 재즈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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