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해변 절벽 마을 Cinque Terre
이탈리아 중간쯤에 로마가 있고, 북부 지방에 밀라노가 위치하며, 남쪽 중간에 나폴리가, 그리고 맨 끝에 시실리아가 있다.
로마와 밀라노 중간쯤에 위치한 라 스페치아를 주목한 사람들은 이탈리안이 아닌 외국에서 날아온 여행자들이었다.
유명 관광지보다 낯선 시골 마을, 와이너리, 숨겨진 유적지를 찾아나서길 즐기던 탐험적 여행자들은 라 스페치아 해안선에 보일듯 말듯 숨어있던 다섯 곳의 절벽마을에 감탄했다.
감동의 이유는 간단하다.
오래된 마을 특유의 노스텔지어, 세찬 바람이 가져다 주는 낯선 두려움, 절벽 곳곳의 골목을 걸으며 느끼는 아찔한 희열,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나 사람의 근원을 생각하게 해주는 끝없는 바다!
친퀘 테레는 '다섯개의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외국인들에 의해 사랑받기 시작한 이곳은 이탈리아 정부와 라 스페치아 주정부의 노력으로 국립공원이 되었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벌어진 것은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진 이 다섯 곳의 마을은 길과 철도로 연결되어 있다.
마을 사이의 거리도 짧게는 1km, 길어야 4km로 기차로는 2~5분 거리, 도보로는 20분에서 2시간이면 가능하다.
라 스페치아 역에서 몬테로소 알 마레로 들어가는 기차를 타면 여행 내내 바다를 볼 수 있는 기대는 금물이다.
산세가 험한 이곳의 철도는 수많은 터널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밝은 구간을 지날 때면 여행자 대부분이 사진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다.
라 스페치아에서 몬테로소까지 소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간이역 규모의 몬테로소 역은 낡았지만 살구색 페인트,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의 처마, 사람 좋은 표정을 한 역무원 등의 모습이 정겹다.
몬테로소는 친퀘 테레 여행의 거점 마을이다.
친퀘 테레의 모든 마을이 절벽에 위치하고 있어서 해변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에는 길고 넓고 깨끗한 비치가 있다.
그래서 친퀘테레를 지나치는 나그네가 아닌, 이곳을 여행의 목적지로 삼은 사람들은 대게 몬테로소에 방을 잡아놓고 각 마을을 오가는 여행을 즐기곤 한다.
비치가 있으니 수영복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려는 여름 바캉스족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구시가지는 이 마을은 물론 유럽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인 골목 풍경이 예쁜 곳이다.
좁고 깨끗한 골목에는 기념품가게, 레스토랑, 인터넷카페 등이 있고 친퀘 테레산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도 만날 수 있다.
높은 곳에서 촬영한 코리닐리아 해안선을 보면 문득 동해 정동진 역이 생각난다.
코르닐리아 역시 바다 바로 옆에 역이 있고 역을 떠난 기차는 곧 터널로 들어가 낯선 곳으로 달리게 된다.
코르닐리아는 해안 지형이 험준해 선박 접안 시설을 만들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친퀘 테레 다섯 개 마을 가운데 유일하게 배가 정박하지 않는 곳이다.
지형 탓일까, 친퀘 테레 다른 마을들이 기차역, 포구와 마을이 바로 연결되어 있는 것에 비해, 이곳은 역과 마을이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마을로 들어가려면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보기만 해도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은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여행자들 가운데 젊은 사람들은 역시 계단을 선택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볼 수 있는 마을과 지중해 풍경을 카메라와 가슴에 담기 위해서다.
그렇게 헉헉거리며 정상에 올라가면 드디어 친퀘 테레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코르닐리아 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산 정상과 절벽 상부에 건설된 이 마을은 역시 아기자기한 골목과 지중해의 햇살과 평생 잊을 수 없는 낙조, 그리고 와인 레스토랑 등 이탈리아 특유의 전통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다에 나가 마을을 본다.
바다와 맞닿은 곳은 거대한 바위가 버티고 있고 그 뒤로 3층에서 5층 높이의 건물들이 갈지자로 지어져 있다.
마을 뒤 산비탈에는 농사를 위한 경작지가 있다.
전체적으로 이 마을은 바위산 위에 건설되었다.
마나롤라 기차역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잡히는 게 바다와 바위와, 그 바위 틈에 지어진 집들이다.
바위가 워낙 크고 험해서 기차역에서 마을로 향하는 길을 터널로 뚫었을 정도다.
절벽마을 마나롤라의 진경을 보기 위해서는 마을 맨 아랫쪽 바다 해안 산책로로 내려가야 한다.
오후 3시 이후 석양이 내리기 한 두 시간 전이 가장 멋지다.
밝은 태양이 살아있지만 눈이 부실 정도는 아니고, 곧 석양이 내려오니 광선도 적당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곳, 그 시각에 바라보는 마나롤라의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바위 위에 지은 집들의 고운 때깔과 바다와 가장 인접한 곳에 문을 열고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의 풍경 또한 여행자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도 남을만 하다.
마나롤라와 다음 마을 리오마조레를 잇는 하이킹 코스에는 그 유명한 '사랑의 샛길'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 가면 우리나라의 남산 타워처럼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두는 공간이 있다.
날씨가 험하지 않으면 늘 개방되는 곳인데, 친퀘 테레 여행을 애인과 동행할 사람이라면 그곳에 걸어둘 튼튼한 자물쇠 하나 준비해 가는 센스를 잊어서는 안된다.
남쪽에서 보면 친퀘 테레의 첫마을, 북쪽에서 시작하면 끝마을인 이곳은 무려 1,700명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그러나 한가롭기 짝이 없는 시골 동네다.
1900년대 초기만 해도 이 마을에는 4천 명 가까운 사람이 살았으나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버리는 바람에 인구는 점점 줄어들었고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문전옥답을 자본에 넘기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마저 많아져 원주민 인주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리오마조레 역시 작은 마을이지만 교회, 광장, 카페 거리 등 도시적인 분위기도 맛볼 수 있다.
마을의 중심지는 콜롬보 거리인데, 이곳에 '비냐이오로 광장'이 있고 반대쪽인 북쪽으로 올라가면 마을로 연결된다.
리오마조레 마을 역시 친퀘 테레의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급한 경사면에 붙어있는데, 골목 끝으로 아찔하게 보이는 바다 풍경은 그 어느 해안 마을에서도 보기 힘든 낯선 장면이다.
관광지이지만 어쩐지 편안한 분위기라 잠시 다녀가기보다 한 일년 살아보고싶은 생각이 든다.
베르나차를 건너편 마을에서 바라보면, 저런 곳에 마을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떠오른다.
저렇게 깎아지르듯 가파른 산 아래에 어떻게 저런 마을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마을이 바다에 찰싹 붙어있는 느낌이다.
지중해 수면과 거의 수평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포구로 들어가 보면 표고의 차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고, 방파제와 오래된 계단, 언덕을 따라 조성된 마을의 풍경에 흠뻑 반하게 된다.
베르나차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마을의 중심지 역시 포구이며 그곳을 시작으로 언덕에 집들이 들어섰다.
이어서 골목이 형성되고 또 그 위로 집이 들어섰다.
14세기에 건축된 산타 마게리타 디 아티오키아 성당, 광장 등이 이곳에 있고, 계단을 올라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면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뷰 포인트도 있다.
베르나차는 친퀘 테레 유일의 포구이면서 또 한 편으로는 올리브오일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가파른 산에 일군 계단식 올리브나무 숲은 마을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그곳에서 생산한 올리브오일은 이탈리아에서도 질 좋은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Casa Bianca, Vicky Leand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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