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살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틀 앓고 삼 일째 죽는다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기를 바란다.’는 ‘99세까지 88하게 살다 2일 앓고 3일째 죽는다.’는 ‘998823’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삶이 아니라 노년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건강 백 세 시대에 걸맞은 삶의 자세는 어떤 것일까?
인류 역사상 현재와 같이 인간이 장수하는 시대는 없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우선 사회적인 제약이다.
나이에 따른 제한, 즉 정년퇴직 같은 사회적 연령 제한 제도가 개인의 활동과 행동을 크게 제약한다.
그러나 더 큰 제약은 스스로가 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었는데…, 이 나이에 무슨, 가만히 있는 것이 낫지.’ 등 망설임과 자포자기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자.’라는 원칙을 세워놓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젊었을 때는 먹고 사느라 바빠서 못 했던 일 중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해보는 것이다.
무리해서 욕심을 내지 말고, 자신의 능력과 여건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좋다.
나이가 들면 무엇이든 절대 무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
또, 나이가 들어서는 어떤 일을 하든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체력이 달려 빨리 피곤해지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쉬 줄어들고, 여러 가지 핑계가 자연스레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는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것이다.
친구, 가족, 이웃 등 누구든지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 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가장 큰 쟁점이 되는 것은 복지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노인 봉양은 개개 집안의 책임이었기에 사회적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자녀가 노부모를 봉양하는 풍습이 희미해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가나 사회에 부담이 되고, 반사적으로 노인은 이제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복지 수혜의 대상으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제 노인이 ‘받기만 하는 자’로서의 이미지에서 ‘주는 자’로 바뀌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 돈도 없고 몸도 신통치 않아 줄 것이 없다.’고 자조할 수도 있지만 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줄 것은 많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가 있으며, 집 안에서도 직접 가사 일을 할 수도 있다.
사람은 줄 수 있을 때가 받을 때보다 훨씬 더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습득하는 일을 망설이게 된다.
배워서 무엇을 하겠다는 동기부여 욕구도 없고 세상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날과 달리 은퇴 후 삼십 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기에 과거와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은퇴 후 놀고먹다가 죽기에는 남은 세월이 너무 길지 않은가?
초·중·고 시절과 대학에서 공부한 것은 오로지 경쟁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한 목적이었다.
이런 교육을 받은 것으로 여생을 만족해야 하겠는가?
은퇴 후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배우지 않으면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함께할 일도 없어지며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새로운 것을 열심히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을 해야만 한다.
세상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단순한 일상생활의 패턴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본질을 변화시킬 만큼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옛날에는 어떠했는데…’ 식의 생각을 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삶의 본질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과거에 집착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새로운 사실과 기술을 빨리 배워야만 앞으로 여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
세상의 변화를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내 삶의 터전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확대돼간다.
나이 들어갈수록 젊은이들보다 더 많은 경험과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듣고 즐겨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 삶의 패턴과 생활 습관 개선을 위한 노력 중 하나는 몸을 움직이는 데 망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백세인은 자신의 장수 비결을 한마디로 ‘자전거 장수론’이라 표현했다.
자전거는 계속 달리지 않으면 쓰러진다.
그는 자신이 계속 쉬지 않고 살아왔음을 자전거에 비유해 자랑했다.
몸과 마음을 사용함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노동은 소득과 생존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운동과 여가 활동은 자신의 몸을 위해, 또는 여가를 선용하기 위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수를 위해서는 노동이든 운동이든 무조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속해서 사용해야만 한다.
아무리 나이 들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쏟는 일과 대상을 찾아야 한다.
98세에 시집을 출판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일본의 시바타 도요는 ‘아흔여덟이라도 사랑을 하는 거야,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고 싶은걸.’ 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세상사에 관심을 버리고 마음도 쏟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자신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무엇엔들 관심을 두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감정을 과감하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동안 만나본 대부분의 백세인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전혀 망설이지 않았으며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했다.
은퇴 후 겪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일상생활의 리듬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은퇴 전에는 직장이라는 시간 결정자가 있었다면, 은퇴 후에는 이 같은 강제 시간 결정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규칙적이고 리드믹한 생활을 만들어가야 한다.
식사 시간, 마을회관에 나가는 시간, 장에 가고 산책하는 시간 등을 정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규칙적이고 리드믹한 삶은 생체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줄여준다.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국제 노화학회가 개최됐다.
그 학회에서 논의된 사항 중 하나는 ‘일반인들에게 건강 장수를 위해 권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저명한 학자들이 긴 토론 끝에 합의해 내놓은 결론은 단순명료했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것도 무리하지 말고 적정선에서 중용을 지켜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과 운동 그리고 적당한 스트레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즉, 적절한 운동, 영양 그리고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우리의 일상이 바로 그들이 말한 장수의 조건이었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남이 내 일을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가 들면 으레 누가 나 대신 내 일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직접 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이 들어서 모른다.’는 핑계도, ‘컴퓨터, 인터넷을 할 줄 모른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어렵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배우면 된다.
이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게 정상이다.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홀로 사는 노인의 집을 찾았을 때 일이다.
방 한쪽에 비스킷, 빵 등 간식이 많이 쌓여 있어서 ‘이런 것을 좋아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했으나, 그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오면 주려고 사놓았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크게 느꼈다.
먼저 정을 베푸니 이웃이 다시 그를 찾아오게 된다.
전남 담양의 104세가 되신 한 백세인은 허리도 굽고 다리도 성치 않아 겨우 지팡이로 짚으며 걸으시는데도 매일 마을회관에 찾아가셨다.
그는 ‘자기보다 젊은 노인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더 압권은 강원도 화천의 산속에서 오고 가는 데 각각 네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매주 한 번씩 서로 오가는 백세인의 우정이었다.
그들은 나이 들수록 어울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다.
건강 장수를 위해서는 결코 늦는 게 없다.
나이 아흔이 되어 비로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분, 아흔다섯 살에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분 등 전설적인 분들이 많다.
무엇이든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 시작하면 된다.
굳이 포기하거나 미루지 말고 생각나는 것은 지금 당장 하고 지속해서 노력하면 된다.
그러면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다.
로마 시대 유행했던 속담이 있다.
“이왕 해야 할 일, 잘하자.”
그렇다!
이왕 사는 인생, 잘 살아야 하고 마지막까지 멋지고 당당해야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재미있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극 대륙 y Somewhere my love (0) | 2017.04.17 |
---|---|
동대문 시장통, 더불어 사는 세상 y 유리창엔 비, 고병희 (0) | 2017.04.16 |
지수 형님의 발상의 전환, 사다리와 철길 y Fly robin fly, Silver Convention (0) | 2017.04.14 |
삼겹살의 유래 y 한잔의 추억, 이장희 (0) | 2017.04.14 |
지구를 가볍게 y Mary Hamilton, Joan Baez (0) | 2017.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