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첫 女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당선
그녀는 열여섯 살 여고생 때부터 총을 든 반(反)정부 게릴라였다.
1970년 군사정권에 체포돼 3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고문을 당했고 갖은 고초를 겪었다.
행정가로 변신한 후에는 철저한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해 정책을 추진했다.
야당과 언론에서는 타협을 거부한 그를 '브라질 철의 여인'으로 불렀다.
'마르크스주의 무장 게릴라가 세계 8위 경제대국의 대통령이 됐다(AFP통신)'는 표현처럼 그의 인생역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대통령 당선 직후 호세프는 '지금 이순간 너무 기쁘다'며 감격했지만, 그녀의 앞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놓여 있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후광으로 당선된 그가 어떻게 룰라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호세프 당선자는 2001년 집권노동자당(PT)에 입당하면서 룰라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3년 룰라 정부 출범과 함께 에너지부 장관에 임명된 그는 재임기간 브라질의 만성적인 문제였던 전력난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정가로서 발휘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호세프 당선자에 대한 평판은 좋지 못했다.
한번도 공직선거에 나서지 못했던 것뿐 아니라 두번이나 림프종 수술을 했던 건강 문제도 약점이었다.
그러나 룰라의 전폭적 지원은 무명의 호세프를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장관 재임 시절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인 '성장촉진계획(PAC)'을 주도하는 등 강력한 정책 추진력으로 룰라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선거는 1억3,580만 명의 유권자들이 호세프를 지지했다기보다는 룰라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1월에 출범할 호세프 정부의 정책도 룰라 정부의 노선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호세프 당선자의 카리스마 부족과 국제 사회에서의 낮은 인지도로 향후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이 룰라 정부 때만큼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룰라 대통령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국내 문제들도 호세프 당선자가 직면한 숙제다.
브라질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긴 하지만 치솟는 헤알화 가치는 그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당면 과제다.
헤알화는 지난해 2월 이후 달러 대비 40% 급등해 수출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고질적인 빈부격차도 호세프가 떠안은 숙제다.
브라질 경제는 세계 8위이지만 1인당 소득 수준은 72위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치안 문제도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을 준비해야 할 호세프 정부에 큰 부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질은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직 대통령을 맞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호세프 당선자는 룰라 대통령의 충실한 아이(child)'라며 '그녀는 여전히 멘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끄리스띠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당선된 후 남편인 네스또르 끼르츠네르 전 대통령이 후방에서 지원했던 것처럼 룰라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에도 정치 · 국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세프 당선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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