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면 천 불, 둘이 벌면 이천 불 벌어요
난쓰레이나(25) 씨는 남자 친구 어언반나(27) 씨와 시험장 문 앞에서 자신있게 얘기했다.
"지금 봉제공장에서 1달에 80달러 받고 남자 친구는 귀금속제작 공장에 일하지만 100~200달러 밖에 못받아요. 이번 시험에 같이 합격하면 남자친구와 꼭 한국 갈 거에요. 학원비로 둘이 1년 동안 500달러를 썼지만 오늘만 기다렸어요."
프놈펜 근교에 산다는 난쓰레이나는 연인 어언반나의 손을 꼭 쥐고 힘주어 말하면서 기자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깜뽕참에서 올라왔다는 깐셀라(22) 양은 말한다.
"이번엔 한국에 꼭 가고 싶어요. 돈 많이 벌고 한국도 알고 싶어요. 어제 봉고차비로 1만 리엘(약 3천 원) 주고 3시간 걸려 프놈펜에 도착했어요. 버스에 탄 30명이 전부 시험보러 오는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사촌 2명과 한 방에 7달러 내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새우잠 자고 시험치러 왔어요."
그녀는 4촌간인 홍짠도(28). 호앙셍레이(30)와 시험장을 찾아 애절한 눈빛으로 얘기했다.
8남매 중에 막내인 깐셀라는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번 시험을 준비하며 300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기자의 카메라에 활짝 웃음을 보인 뒤 시험장으로 향했다.
쓰레이니엉(21) 양도 '한국에 가서 돈 벌어와 부모님과 같이 살고 싶어요. 지금은 고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지만 제가 한국 갔다 오면 다 같이 살수 있을 거에요. 그나마 언니가 프놈펜에 살아 어제 깜뽕참에서 올라와 자고 시험보러 온거에요.'라고 말하면서 시험준비에 150달러가 들었지만 한국에 갈 때까지 공부할 거라며 당찬 포부도 밝혔다.
캄보디아에 뜨거운 코리안 드림의 바람이 불고 있다.
프놈펜 시내 12곳에서 치러지는 제6회 한국어 능력시험(EPS-TOPIK)에 2만천여 명이 응시해 시험장의 한 곳인 바뚝고등학교에 공휴일이지만 응시생 2,192명과 응원나온 가족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학교앞 일대가 마비가 됐다.
사람, 오토바이, 차 등이 엉키면서 6명의 교통경찰도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응시인원이 많아 오전 10시와 오후 3시로 나눠 시험을 보는데도 시험장 앞은 하루종일 혼잡스럽다.
현장 취재에 나온 CTN TV, TV K, 바이욘TV 등 현지 방송사들도 캄보디아에서 치른 단일시험으로는 최다 인원을 기록한다면서 한국어 시험 열풍에 놀라워했다.
이번 시험을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직원 43명을 파견했고 교민 70명을 본부위원으로 위촉해 시험관리에 나섰다.
또한 공단은 캄보디아 송출기관과 협력해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을 위해 한국어 능력시험을 치루는 아시아지역 15개국 중에 최초로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했고, 공단 직원이 직접 수험자의 인물대조를 실시해 부정 행위를 전면차단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은 2007년에 처음 시작돼 1년에 2회 시험을 치른다.
2008년까지 4회를 실시했다가 2009년에는 시험이 없었고, 올해 3월에 다시 실시된 5회 시험에는 농축산업 분야에서만 응시인원 5,940명 중에 합격자 1,313명을 배출했다.
이번 6회 시험이 5회에 비해 3배 이상 몰린 것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 캄보디아 EPS(Employment Permit System) 센터장은 '시험이 없었던 2009년부터 기다리던 제조업 분야의 지원자가 이번에 몰렸고,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구직난을 겪는 와중에 한국에 취업해 돈을 많이 벌어 온 성공사례를 주위 캄보디아인으로부터 들어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캄보디아의 부동산 붐을 타고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들의 대형사업장 5군데가 2008년 9월 미국발 경제위기 여파로 지금은 잠정 중단 상태에 놓여있다.
또한 캄보디아 수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봉제업도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350곳에 이르던 업체 중에 100여 곳이 문닫고 7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생겼다고 한다.
캄보디아인들도 세계경제침체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2003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취업해 창원 기계공단에서 2006년까지 일한 뒤 돌아와 프놈펜 국제공항 근처에 한국어 전문학교(KMTC)를 차린 강똘라(31) 씨는 현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강똘라 씨는 '한국은 제게 인생 역전의 기회를 줬어요. 캄보디아에서 한 달에 150달러를 벌다 한국에서 3년간 일해 2만4천 달러를 벌어왔어요. 지금도 가족중에 동생 2명, 형과 삼촌이 한국에 나가있고 여동생은 왕립 프놈펜 대학 한국어과 3학년에 재학중이에요. 우리 가족과 친척들 모두 코리안드림을 이루고 싶어요.'라고 하면서 '학원의 수강생들도 하루빨리 한국어를 잘 배워 자신처럼 한국으로 진출해 돈 많이 벌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같이 강똘라 씨처럼 캄보디아인 중에 한국에 수 년간 취업한 뒤 돌아와 세운 한국어 교육기관이 30여 곳에 이르고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한국어 전문학교는 프놈펜에 2곳이 있다.
한국어 전문학교(KLC) 한강우 교장은 '지방에서 올라와 경비와 식당 일 등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학원에 나오는 수강생들이 학비를 못내 중단하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고 했다.
중급코스로 6개월에 360달러를 받는다.
한국어 교육센터(KEC) 노용준 원장은 '캄보디아인들은 한국어의 받침 발음과 한자어를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이 두 곳의 한국어 수강생은 200~250명 정도다.
이밖에 캄보디아의 여러 대학에서도 한국어 교육과정이 생기고 있으며 특히 왕립 프놈펜 대학 한국어학과에는 100여 명의 재학생이 있다.
올해 6월엔 프놈펜 시내에 있는 사립대 빠나사트라 대학에도 한국어 교육센터가 생겼다.
이와함께 지방에 사는 캄보디아인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준 것은 이곳에 진출한 한국선교사들과 KOICA (한국국제협력단) 단원 등 해외봉사자들의 도움이 컸다.
응시자가 2만여 명이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다.
"지방의 현지인들이 한국어 능력시험을 통과해 한국 취업에 나간다면 가족과 친척 지인들이 총 동원돼 돈을 모아줘요."
지난 2007년 8월에 KOICA 단원으로 수도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깜폿에서 2년 동안 200여 명의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이진곤(28세) 씨의 말이다.
한국어 능력시험 응시료 17달러(73,000리엘)는 베트남, 네팔, 스리랑카 등 아시아지역 15개국이 동일하다.
지방인들에게는 적은 비용이 아니다.
지방에서 현지인들이 받는 월급은 50~100달러 정도다.
하지만 시험에 합격하면 주위 사람들이 돕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코리안 드림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 합격자 발표는 11월 23일이다.
응시자 2만여 명 중에 200점 만점에 80점 이상 득점자 중 4천 명만 각 제조업과 농축산업 분야에서 뽑는다.
문제는 득점순으로 상대평가다.
그래서 한국어시험 합격이 힘들다.
한편 이날 오전 시험장에는 주 캄보디아 대사와 산업인력공단 국제인력본부 본부장,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의 픽소판 차관이 방문해 시험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픽소판 차관은 캄보디아 노동인력의 한국취업에 협조를 부탁했고 장호진 대사와 김남일 본부장은 긍적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프놈펜 최재원 기자
'캄보디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봄비와는 다른 프놈펜 그리고 꽃 (0) | 2011.05.17 |
---|---|
프놈펜 시내에서 (0) | 2011.04.13 |
대단한 한국 차 그리고 더 대단한 캄보디안 (0) | 2010.12.21 |
캄보디아 프놈펜의 이웃 사람들 (0) | 2010.11.16 |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0) | 2010.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