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나는 너를, 장현 y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외팔이 체육선생님

부에노(조운엽) 2013. 2. 5. 07:41

 

 

 

왼쪽 팔 아래가 없는 3급 지체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중등학교 체육교사로 발령받은 김인탁 씨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외팔이 체육선생님

 

 

 

"3차 실기시험 종목에 배구와 수영이 있습니다. 개인을 위해 종목을 바꿔 줄 수 없고, 일반 수험생과 동등하게 시험이 치러집니다. 팔 장애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을 치를 수 있으신지요."

김인탁 씨는 서울시 중등교원 임용 3차 시험 공고가 나온 뒤인 지난해 12월 말,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김 씨는 '괜찮습니다. 장애를 고려해 실기를 준비했습니다.'고 말했다.

한 치의 주저함이 없었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건 지난달 27일.

김 씨는 왼쪽 팔꿈치 아래 5cm부터가 없다.

교육계 말에 의하면 팔 또는 다리가 없는 장애(지체장애 3급)를 딛고 일반학교 체육교사가 된 사람은 김 씨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세 살 때 왼쪽 팔 일부를 잃었다.

사고를 당한 기억은 잊어버렸다.

아버지가 말한 바로는 순식간이었다.

부모가 경기 양평에서 축산업을 하던 시절, 건초분쇄기에 어린 김 씨의 왼팔이 들어갔다.

봉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김 씨는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단지 축구가 좋았다.

그는 '다른 운동과 달리 축구는 팔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찾아온 사춘기.

김 씨는 불현듯 잃어버린 왼팔의 존재를 아프게 의식됐다.

이때부터 놀리는 친구가 있으면 오른 주먹이 올라갔다.

활달했던 성격의 김 씨는 점점 조용하게 변했다.

교사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2003년 상명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전공 특성상 봉사활동을 할 일이 많았다.

1년간 강서구 지온보육원에서 가르쳤다.

김 씨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을 돌봤다.

내성적이었지만 그 아이는 축구와 배드민턴을 하며 김 씨에게 점점 마음을 열었다.

초등학교 6학년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김 씨는 깨달았다.

"아, 나는 학생들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구나."

 

그 당시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해라.'는 간단한 명제에 필을 받았다.

이왕 교사가 될 거라면 좋아하는 분야를 가르치고 싶었다.

체육이었다.

인터넷에서 체육교육과 실기시험에 대한 동영상을 찾아봤다.

높이뛰기, 소프트볼 던지기, 지그재그 달리기, 농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편입 시험장.

교수와 수험생 모두 김 씨를 보고 놀랐다.

체육교육과에는 장애인전형이 따로 없어 지금껏 김 씨 같은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장애 학생과의 경쟁 끝에 김 씨는 고려대 체육교육과 07학번이 됐다.

주변에서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임용시험 3차까지 간다 해도 장애 때문에 떨어질 수 있다. 왜 굳이 힘들게 교사가 되려 하느냐?"

모두 김 씨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다.

김 씨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안 했다. 특히 실기 때문에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용시험에서는 하나도 떨지 않았다.

하지만 3월 1일 자로 정식발령을 받고 학생들 앞에 설 생각을 하니 걱정되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장애 때문에 못 가르칠 종목이 있다는 게 가장 염려스럽다.

초중고 시절 봐온 축구공 하나로 체육시간을 때우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가 2010년 4월 양천구 양천고에서 교생 실습할 때의 일이다.

양손을 써야 하는 배구 수업이었다.

평소 잘 해보지 않았던 종목이었다.

김 씨는 '토스 시범을 보일 수 없어 우선 유인물과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그 뒤 내가 공을 던져주면 학생이 내게 오버 토스를 할 수 있게 연습시켰다.'고 했다.

뜀틀, 옆 돌리기, 수영….

그가 할 수는 있어도 제대로 된 자세를 학생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종목은 더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보조교사를 붙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거절했다.

김 씨는 '못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고, 어려운 종목이라도 방법을 찾아 가르쳐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씨가 욕심을 부리는 이유는 특이한 교사가 되기 싫어서다.

"나 자신부터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야 학생들도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를 평범하게 보는 시선이 다른 장애인에게도 미쳤으면 좋겠다."

"모든 교과는 아이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필요하다."

연수를 받으며 김 씨가 노트에 적은 문구다.

김 씨는 '아이들이 체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자신이 체육을 통해 새로운 꿈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찾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됐듯이...

 

 

 

 

나는 너를, 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