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지하철역 물품보관소에 간식·선물 나누는 젊은이들

부에노(조운엽) 2015. 6. 15. 15:08




지하철역 물품 보관소에 모르는 사람끼리 주고 받는 선물과 격려 쪽지



지하철역 물품보관소에 간식·선물 나누는 젊은이들



취업준비생 선 모 씨(여·25)는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 들러 207번 물품보관함을 열었다.

선 씨는 가방에서 과자와 초콜릿 등을 잔뜩 꺼내 물품보관함에 넣고선 한참을 서서 펜으로 종이에 메모를 남겼다.

"오늘도 훈훈한 마음을 한 아름 안고 돌아갑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토닥토닥."





광고

선 씨가 과자와 쪽지를 남긴 물품보관함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달콤창고'로 불린다.
한 사람이 한 달 단위로 물품보관함을 임차하고 그 안에 소소한 먹을거리나 책, 공연 티켓, 화장품 등을 넣어놓으면, 누구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그 안의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선물을 꺼내 간 사람이 다시 선물을 채워놓아 달콤창고엔 물건이 비는 날이 없다.
비밀번호는 SNS를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달콤창고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불특정 다수끼리 익명으로 소소한 간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나눔이다.
SNS 사용자들끼리 시작된 '달콤창고'는 처음엔 강남역, 종로3가역, 합정역 등 서울 시내 지하철역 몇 군데서 시작됐다.
그랬던 '달콤창고'는 3~4개월 만에 수십 곳으로 늘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커피숍 한쪽에는 120L짜리 냉장고가 하나 있다.
이 지역에 사는 20대 자취생들이 음식 재료를 채워놓고 자유롭게 꺼내 갈 수 있도록 커피숍 측에서 냉장고를 놓을 공간을 내줬다.
3개월 전 설치된 이 냉장고 안에 음식이 동난 적은 없다고 한다.
과일 등 음식을 꺼내 간 사람이 다음번에 한가득 장을 봐서 다시 채워넣기 때문이다.
이 아이디어를 낸 김주영 씨(29)는 '1인 가구가 많은 동네에서 유대감을 만들어보려 했다.'고 말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물건을 나누는 젊은이들의 행태에 대해 심리 전문가들은 "사람을 직접 만나기엔 부담스럽지만, 모르는 이들의 선행을 지켜보며 '내가 사는 우리 사회가 안정돼 있다.'는 위안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20대는 '취업 실패 후 마음이 우울할 때 달콤창고를 찾아 사람들이 써놓은 쪽지를 읽었다.'며 '가족이나 친구의 조언보다 때로는 모르는 이들이 남기는 글이 더 와 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