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우리를 성장하게 만드는 것 y Forever, Giovanni Marradi

부에노(조운엽) 2017. 4. 12. 08:38





관심과 응원



학창시절 나는 가사 시간을 정말 싫어했다.

특히, 바늘을 사용하는 뜨개질, 바느질, 자수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었다.

첫 시간엔 매번 예쁜 실을 사다가 멋진 디자인을 구상하곤 했지만, 결국 따라가지 못하는 진도로 마감일까지 완성품을 제출하지 못해 실기점수 빵점의 치욕을 안아야 했다.

그래서 중고교 시절 내 가사 과목의 점수는 늘 70점이었다.

필기시험 만점을 받아도 실기점수가 0점이니 방법이 없었다.

없는 실력에다가 부끄러운 점수까지 계속되어 난 가사 시간을 정말 싫어하게 되었고 점점 그 시간에 수다를 떨거나 딴짓을 하는 산만한 학생이 되어 갔다.

나의 불성실한 태도를 반항이라 생각한 선생님들과의 불화까지 더해져 난 가사 시간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암적인 존재가 되었다.


고삼 때 아주 이상한 일을 겪게 되었다.

블라우스를 만드는 시간이었는데 난 재단까지 해서 내야 하는 첫 시간부터 원단 위에 초크 몇 줄 쓱쓱 그림만 그려놓고는 가위질도 하지 않은 채 커다란 천 그대로 제출했다.

그런데 다음 수업 시간에 보니 내 천들이 조각조각 예쁘게 잘려져 있었다.

둘째 시간에도 시침질을 하는 둥 마는 둥 미완성인 채로 제출했는데 그다음 시간에 돌려받았을 때는 또 깔끔하게 시침질이 완료되어 있었다.

내가 어떤 상태로 제출하든지 간에 다음 시간 나의 블라우스는 새로운 진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친구들과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져서 내게 돌아왔다.

당시 정년 퇴임을 앞둔 가정 선생님은 단 한 번도 나에게 네 바느질을 내가 대신했다고 생색을 내거나 왜 계속 제대로 하지 않느냐고 야단을 친 적이 없었다.

다만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모양을 한 내 블라우스가 지난밤 선생님의 수고를 짐작하게 해주었을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난 선생님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다.

나 같이 진도를 못 맞추는 애가 또 있을 텐데 그 친구들 때문에 저 할머니 선생님이 밤늦도록 대신 시침질을 한다 생각하니 못 할 짓이었다.

그때부터 난 수업 시간에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내 능력으론 여전히 친구들의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선생님이 하실 바느질을 한 땀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었다.

그해 난 내 최고 점수인 80점을 맞았다.

선생님이 대신해준 부분은 반영되지 않은 정당한 내 점수로만 말이다.


선생님의 정년퇴임식에 난 대표로 선생님의 목에 화환을 걸어드렸다.

그리고 말씀드렸다.

철없는 행동으로 마지막까지 고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선생님은 내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내 러브콜을 눈치채고 따라와 줘서 참 고맙고 행복했다."


살아가면서 착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그런 사람을 내 곁에 둔다는 것은 분명 행운일 것이다.

그렇게 관심을 두고 지켜보며 꾸준히 응원하는 주위 사람들의 힘으로 우리는 성장하는 모양이다.



인터넷 베스트 사연에서





Forever,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