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톰 소여의 모험과 미시시피강

부에노(조운엽) 2020. 6. 20. 08:12

미시시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벌크선

 

 

톰 소여의 모험과 미시시피강

 

 

음악 : Ben, Michael Jackson https://www.youtube.com/watch?v=uNEClGJkVsM

 

 

듣기로는 중남미 여성이 예쁘게 차려입고 길을 나섰는데 뭇 남성들의 휘파람이나 자동차 경적이 시원찮으면 집으로 돌아가 화장을 고치고 더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단다.

그래서 길가는 선남들이 그녀에게 환호해야 직성이 풀린다는데...

특히 심한 곳이 아르헨티나의 지방 도시인 것 같다.

쪽 팔리게 길가는 세뇨리따에게 휘파람이나 불고 경적을 울리냐고 나무랐더니 여기는 그렇게 하는 것이 대세이고 그렇게 안 하면 정성 들여 치장하고 나온 저 아가씨가 비관해서 자살이라도 하면 책임지겠냐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런 낭만적이고 정열적인 중남미를 뒤로하고 미시시피강 입구에 도착해서 도선사가 우리의 'HAPPY LATIN' 호에 타고 배턴루지항을 향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170여 해리를 열 시간 넘게 항해해야 한다.

강 좌우로는 사람 사는 집의 흔적이 간간이 보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이다.

이 강물이 젖줄이 되어 비옥한 땅에서 농사와 목축이 얼마나 잘 될까 대단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거나 들었던 '톰 소여와 허클베리의 모험' 연작을 쓴 작가 마크 트웨인이 어린 시절 뛰어놀고 영감을 준 미시시피강.

길이가 6천km가 넘는 엄청나게 긴 강이다.

굴곡이 심해 비행기로 직선으로 날면 3천km면 될 것을 화물선은 굽이굽이 그 두 배 이상을 항해해야 한다.

19세기 말까지는 수많은 증기선이 목화와 곡물, 설탕 등을 실어날랐고 철도가 생긴 지금은 바지선과 세계 각국의 화물선이 곡물과 각종 화물을 실으려고 끊임없이 입출항한다.

 

마크 트웨인은 필명이다.

예전 미시시피강 수로 안내인은 선장과 조타수에게 '마크 트웨인(물속 두 길, 12피트)!'을 외치면 안전하니 계속 가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유머쟁이 마크 트웨인은 글 쓰는 자체를 즐기고 행복해했다고 한다.

그의 글이 재미있는 이유가 그래서일까.

 

마크 트웨인은 문교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12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인쇄소의 수습공이 되어 일을 배우고, 각지를 전전하였다.

22살에 미시시피강의 수로안내인이 되었는데, 그 경험이 나중에 글 쓰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기자로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그의 작품 안에 담겨 있다.

미국의 사회상을 해학과 풍자를 담은 예리한 필치로 미국적 리얼리즘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헤밍웨이는 그를 두고 ‘미국 현대문학은 허클베리 핀이라는 소설에서 시작되었다.’라고 극찬했다.

 

“거의 맞는 단어와 확실히 맞는 단어의 차이는 크다. 그것은 번개와 개똥벌레의 차이다.”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다.

‘거의’와 ‘확실히’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차이는 작은 것 같은데 ‘번개’와 ‘개똥벌레’는 하늘과 땅만큼 간격이 있다.

좋아하던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어낸 데는 집중력이 강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집중하여 찾아낸 확실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들어서 그의 작품은 명작으로 꼽힌다.

그가 들인 노력과 열정이 이룬 성과다.

열정이 넘치면 놓치는 것도 있기 마련인데 그의 작품은 세대를 넘어 끊이지 않고 읽힌다.

 

글을 쓸 땐 짧고 재미있으면서 뭔가 여운을 남기는 글을 쓰려고 마음먹지만 늘 길어진다.

요즘같이 이 좋은, 아니 이 바쁜 세상에 재미없고 길면 보다가 말고 다음 글은 아예 안 본다.

남들이 지루하게 한 시간 연설할 때 잠깐 나와서 '레이디 앤 젠틀먼, 안녕하세요.' 그리고 이삼 분 만에 말을 끝내고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들어가면서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 안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같은 명문이 받쳐줘야 하겠지만...

 

말썽꾸러기 톰은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번뜩이는 기지로 잘 헤쳐나갔다.

친구와 싸운 벌로 이모가 긴 울타리에 하얀 페인트로 칠하라고 시켰다.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데 온종일 페인트칠이나 하라니 적응이 안 돼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놀러 온 친구에게 영악한 톰이 말한다.

"우리 같은 꼬맹이한테 이런 페인트칠하는 것이 날이면 날마다 있는 게 아니잖니?"

친구가 망설이다 대답한다.

"나도 한번 해보면 안 돼?"

어린 톰은 깨닫는다.

남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것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대가를 받고 하는 게 아닌 즐기면서 하게 만들면 만사형통이 된다는 것을...

 

어린 톰 소여의 모험을 보면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우리가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야단맞고 어디론가 멀리 사라지거나 죽고 싶다든지, 마음에 드는 친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심술을 부리거나 다른 아이와 친한 척한다든지, 학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려본 적이 누구에나 한두 번쯤은 있었으니 말이다.

성장소설이라는 그의 글 속에서 행복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야기 속의 톰 소여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모험을 좋아한다.

반대로 어른들은 모험을 꺼리는 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더닝크루거 효과란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무식하면 용감하지만 알면 겁쟁이가 된다는 말일까. 

영화나 소설에 너무 많이 알면 다친다는 대사도 있다.

 

코넬대 심리학자 더닝은 대학원생 제자인 크루거와 함께 실험했다. 

더닝과 크루거가 학부생들에게 곧 치를 시험에 자신의 성적을 추정해보라고 했더니 성적이 낮은 학생일수록 자신의 예상 성적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고 반대로 성적이 높은 학생은 예상 성적을 낮게 평가했다.

더닝과 크루거는 '능력이 약한 사람은 자신이 더 잘할 것이라 오해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더 잘할 것이라 오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조직에서 경험 많은 책임자들이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망설이는 이유로도 설명이 된다. 

실패의 가능성과 그 후폭풍을 너무 잘 알기에 과감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선택의 순간을 놓쳐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생긴다. 

경제전문가들이 정작 본인이 투자하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약한 이유이다. 

여러 사람 이야기를 종합할 때는 특히 더닝크루거 효과를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비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크지만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의견은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