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항공 승무원 포스
흑해와 카스피해
터키의 보스포루스해협을 빠져나온 'HAPPY LATIN'호는 위풍당당하게 흑해에 들어선다.
이제 430해리만 더 가면 소련 노보로시스크항에 도착한다.
흑해는 호수 같은 바다다.
지중해 바닷물이 보스포루스해협을 통해 들어오고 도나우강 등 여러 강에서 민물이 흘러와 소금기가 적다.
볼가강과 돈강에 운하가 만들어져 카스피해와 연결된다.
흑해가 말 대로 검은 바다일까?
아니다.
선입견에 그런 거 같지만 다른 푸른 바다와 별다를 게 없다.
굳이 말한다면 검푸른 바다라고 할까.
Black sea를 터키어로 말하면 검은 바다가 되는데, 튀르크족의 검은색은 '북쪽'을 뜻한다.
또 Red sea(홍해)는 터키어로 붉은 바다인데 터키에서 붉은색과 남쪽은 같은 의미이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북쪽과 남쪽에 있는 바다라고 예로부터 그렇게 불러온 모양이다.
하지만 흑해라는 명칭답게 실제로 바다 환경이 썩 좋지 않다.
멸치나 고등어 등이 많이 잡히나 낚시를 하면 허탕 치기 일쑤다.
빙하가 지나가면서 만들어진 황화수소가 바다 지표층에 깔려 포화 상태로 산소가 부족해 수심 50m 아래로는 물고기가 잘살지 못한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바닷속에 빨간 눈이 이마에 달린 인어공주나 메갈로돈 같은 심해생물이 살지도 모르니...
바다는 왜 파랗게 보일까?
빛은 물속에서 흡수되어 깊은 바다에서는 암흑상태가 된다.
물이 깨끗하면 깊은 곳에서 반사되어 물빛이 파랗게 보인다.
열대지방,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등의 바다는 매우 파랗다.
서해는 중국 장강에서 흘러온 황토가 섞여 누렇게 보여 Yellow sea(황해)라고 부른다.
물은 지역에 따라 다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으나 지구 위의 물은 항상 순환하고 비가 오기에 비슷하다.
옛날 가을 하늘 아래 저수지는 유난히 파랬으나, 지금은 녹색 물이 많이 보인다.
물에 영양물질이 많은 부영양화 현상 때문이다.
이러한 영양물질은 비료나, 가축 분료, 공장 폐수 등이 섞인 인간이 만든 수질 오염물질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미나 북유럽의 호수들은 유난히 맑고 푸른 빛을 띤다.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에서는 호수 속에 영양분이나 불순물이 적은 빈영양화 현상이기 때문이란다.
산티아고 데 칠레의 시내에 흐르는 마포초강이나 아르헨티나의 강과 호숫물이 회색인 것은 안데스산맥의 눈과 석회 녹은 물이 섞여 흐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흑해 주변 평야 지대는 곡물이 잘 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이다.
그런데 소련은 흉년이 들어 유럽에 금을 팔아 세계 각국에서 곡물을 엄청나게 수입하고 있다.
미국 첩보 위성이 확인하기로는 소련 곡물 수확량이 매우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흑해에서 만나는 배 중에 곡물선이 많이 보인다.
메이저 선사들도 벌크 캐리어 확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단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내해인 카스피해는 바다일까, 호수일까?
아주 오래전에는 바다였지만 지금은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 호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질문의 답에 연안국 사이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페르시아만과 서시베리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많다고 추정되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때문이다.
바다냐, 호수로 보느냐에 따라 자원의 소유권 기준이 달라진다.
카스피해를 바다로 볼 경우엔 UN 해양법의 12해리 영해와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적용받지만, 호수일 경우 인접국들이 공평히 면적을 분할해야 한다.
카스피해 분할을 둘러싼 이십여 년에 걸친 협상으로 러시아, 이란 등 주변 5개국은 일단 카스피해를 기본적으로 바다로 규정하고, 세부 조항에서 특수한 경우를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카스피해 대부분을 공동 이용 수역으로 관리하고 해저 자원은 각국에 분할한다는 게 기본적인 구상이다.
있는 넘들 밥상에서 카스피해의 철갑상어알로 만든 캐비어를 최고로 쳐준다.
이란, 이라크 전쟁 때 반달 아바스항에서 만기가 되어 교대할 때 테헤란에서 며칠 쉬고 귀국하는 길에 기가 막히게 예쁜 이란 항공 스튜어디스가 주는 캐비어를 먹어 봤는데, 150년을 넘게 산다는 철갑상어가 지금은 멸종 위기라 값도 비싸고 조만간 사라질 음식 순위 첫 번째에 들어있다고 한다.
맛이 좋아 제일 비싼 벨루가 캐비어는 세계 캐비어 수출국 1위인 이란에서 구두약 통 크기의 100g에 400불에 나가고 소비자 가격이 천 불 가까이한단다.
또, 이란은 철갑상어의 멸종을 막기 위해 연구소를 세우고 인공부화 시킨 치어를 매년 백만 마리 이상을 카스피해에 방류한다.
공룡시대부터 지금까지 무려 1억5천만 년 이상을 생존해온 담수어 가운데 가장 큰 어류인 주둥이가 긴 주걱같이 생긴 '주걱철갑상어'가 중국에서 멸종 선언되었다.
댐은 바다와 장강을 오가는 회귀성 어류인 철갑상어를 고립시켰다.
장강 상류의 철갑상어는 바다로 갈 수 없었고, 하류의 철갑상어는 상류의 산란지까지 갈 수가 없게 됐다.
공룡보다도 오래 살아남은 철갑상어가 하필 우리 시대에 멸종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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