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 : 남미에서 생일 파티를 지켜보고 [35] | |
5653| 2007-06-08 | 추천 : 5| 조회 : 56137 |
생일 케익을 자르고 있는 안또니오와 앤 가브리엘라
남미에서 생일 파티를 지켜보고
어디 생일 없는 사람 있나요?
살다 보면 잊기도 하고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아주 중요한 날로 여기지는 않을 거예요.
글쓴이의 경험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그렇지 않고 생일에 목숨(?) 거는 사람도 없잖아 있을 수도 있겠죠.
얼마 전에 여자 직원 까리나가 자기 딸 생일 파티에 동네 꼬마들 초대해서 케이크 사고, 뭐 하고 한다고 자기 월급의 반을 쓰면서 엄청 행복해 하더라고요.
뭐, 저는 멋있는 사람이 아니고 맛이 간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죠.
그런데 어제 남자 직원 안또니오의 생일 파티를 제 레스토랑에서 했어요.
그러니까 그날 손님이 전부 그 양반 생일 축하하러 온 사람뿐이었어요.
워낙 좁은 동네니까......
안또니오는 그 전날 자기는 하루 종일 앤하고 몸 풀고 밤 10시나 온다고 퇴근해서, 제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죠.
얘들 먹는 스페인 음식이 한국 음식하고는 달리 그렇게 미리 준비할 건 별로 없더라고요.
7시쯤 되니까 안면 있는 아짐, 아자씨들이 손에 꽃이나 샴페인 뭐 그런 거 하나씩 들고 들어오더군요.
독또르인 앤 가브리엘라는 케이크하고 손님 접대할 샌드위치 그리고 빵을 배달시켜놓고요.
그리고는 손님 가족끼리 연극 공연을 하더군요.
자기들끼리 하는 거니까 글쓴이같이 먼 산보고 있는 사람도 없고요.
그러니까 한국 사람은, 아니 동양 사람은 저밖에 없는 거지요.
자, 심심한데 사진도 봐 감시로......
안또니오가 오기로 한 시간이 되니까 실내 불을 모두 끄더군요.
그리고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며 환담을 하고 있더군요.
이윽고 안또니오가 앤하고 문을 열고 나타나니......
밴드는 생일 축하 음악을 연주하고, 손님들은 모두 일어서서 오늘의 주인공을 환영합디다.
저는 뭐 할게 있어야지......
그 동안 라틴에서 배운 아브라사메라고 합니까?
그냥 머슴애들끼리 안고 볼 비비는 거.
안또니오는 감격해서 눈시울을 붉히고.
뭐, 지가 저때문에 감격했을 리는 없을 테고 종합적인 상황이 그리 되었겠지요.
그리고 밤새 놉디다.
제가이 사는 곳의 국가 경제 규모가 워낙 빈약하다 보니 얘들 쓸 돈도 그리 많지 않아요.
직원들 급료가 채 이백 불도 안 되니까요.
하긴 제가 쓰는 돈도 먹고 자는 것은 가게에서 해결하고 담배 값 포함해서 하루 백 뻬소(사천 원)면 남아요.
그래도 얘들은 이렇게 인생을 즐기면서 사네요.
사실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생일은 본인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비적인 날이기도 하지만 낳느라고 고생한 엄마를 위한 날로 생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와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아빠는 같이 묻혀가는 거고......
남미 오래 살면 아무리 심각해도 농담을 잊지 않는다는 어느 이민 고참 멋쟁이님의 말을 생각해본 하루였어요.
아래는 라틴방에는 안 올렸던 그 날 찍은 제 사진이 블로그에 남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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