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어느 특등사수의 굴욕 y Yo te voy a amar, N Sync

부에노(조운엽) 2017. 1. 1. 08:31






군기와 사격은 밀접한 관계가 있나?


 

 

대한민국 남자는 대부분 20대 초반에 군대에 간다.

글쓴이도 그 나이 때 남들 다 가는 군대에 갔는데, 추운 1월에 논산 훈련소 제28연대에 입소하여 멋지게 길렀던 장발을 바리캉으로 박박 밀었고 떨어지는 긴 머리카락을 보면서 사회에 두고 온 친구들과 애인, 앞으로 벌어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뒤죽박죽되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난다.

 

추운 겨울날, 논산 훈련소에서 까까머리에 연기가 모락모락 나게 박박 기다가 훈련 3주차인가 군인의 필수인 사격술 훈련에 들어가서 M16 소총의 영점을 조정하는 사격에 들어갔다.

 

교관과 숙달된 조교의 지시대로 훈련하고 영점 사격을 세 발 쏘았는데 탄착군이 그냥 총알구멍 한 개밖에 뚫리지 않았다.

아니, 하라는 대로 세 발을 쏘았는데 나머지 두 발은 어디로 간 거야?

난감해서 영점 사격 표적지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중대장의 얼굴에 희색이 가득해서 '야, 훈련병. 자네 사회에서 총 쏴 봤나?'라고 물어봤다.

군기가 바짝 들어 있던 글쓴이는 '아닙니닷! 공기총만 몇 번 쏴봤슴닷!'라고 목청껏 대답했다. 

 

중대장이 훈련소에 근무한 이래로 영점 세 발을 한 구멍에 쏜 넘은 처음 보았다나.

"카! 예술이다, 예술. 너 참 대단하구나. 집안에 군 출신이 있냐?"

"넵! 아버님은 육군 병 출신이고, 형님은 방위로 근무하고 있고, 삼촌이 해병 의가사 제대했슴닷!"

내 대답으로 전우들의 폭소가 터지고 사격장의 긴장된 분위기가 다소 풀어졌나?

"아! 이넘아! 됐네, 됐어. 암튼 사격 솜씨가 대단한데......"

 

나중에 실제 조준 사격에서도 20발을 쏘아 다 맞추고 특등사수가 됐다.

글쓴이는 통신사 자격증을 가진 사회 주특기 병이라서 후반기 기술 교육을 받지 않고 바로 군 사령부 통신대로 배치받아 더블 백을 메고, 야간 군용열차를 타고 자대로 갔다.

 

통신대는 일반 보병과 달리 기술 훈련에 중점을 두다 보니 사격보다는 통신 점프 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서 신속하게 안테나를 설치하고 상황 본부와 정확히 교신을 끝내는데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나 하는 종합 전술 훈련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군사령부 내 대대별 사격 시합에 나갈 대표를 뽑는다고 사격 훈련에 들어갔다. 

그 당시 사격은 100, 200, 250m에 있는 표적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오 초 동안에 엎드린 상태에서 조준 사격으로 열 발을 쏘고 나머지 열 발은 서 있다가 재빨리 엎드려서 쐈다.

쉽지 않은 사격인데 희한하게 정확히 20발 모두 맞추었다.

당연히 중대 대표로 선발되고, 대대 대표까지 선발되어 선임하사와 중대장 그리고 대대장의 신임을 톡톡히 받고 특별 포상 휴가까지 갔다 왔다.

 

예하 부대인 관구 사격장에서 사격 시합할 때는 20발을 쏴서 21발이 과녁을 뚫은 적도 있었다.

지금도 그 부대에 전설(?)로 남아 있는 사건인데 일이 잘될 땐 남들이 도와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사격하면 조 일병이었고, 시합이 있으면 전우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당당히 대표로 출전하길 2년여였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국방부 시계도 세월이 흘러, 발발거리며 부대 안팎 오만 잡일을 해내던 글쓴이도 국군 오대 장성인 병장을 달고 아랫배를 내밀고 뒷짐을 진 채로 어슬렁거리며 건방 떠는 선임이 되었다.

 

연례행사인 사격 시합이 있어 중대장과 대대장은 당연히 우리의 호프 조 병장을 칭찬하면서 선수로 차출하여 사격 시합에 들어갔는데......  

군대에서는 무슨 시합이든지 지휘관의 명예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서, 1등은 하나밖에 없는데 자기 부대가 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고, 지면 곧 죽음(?)의 얼차려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여유 있고 당당하게 사격장에 들어선 조 병장은 불쑥 나온 똥배를 혁대로 바짝 묶고 한 발, 한 발 정확히 표적을 향해 쏘았다.  

아니! 그런데 이럴 수가......

결과만 말해서 13발만 맞추었다.

7발은 맞은 데 또 맞았나?

 

중대장과 대대장의 노기 어린 표정이 눈 녹던 사격장을 다시 얼어붙게 하였다.  

"어이구, 저넘이 군기가 빠질대로 빠져서 총을 어디에다가 쏜 거야!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만든 총알을 일곱 발이나 날려 버려!" 

대대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중대장이 몸을 날려 군홧발로 차서 철모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야, 조 병장, 이넘아! 니가 군인이냐? 총도 못 쏘는 넘이. 총 거꾸로 들고 오리걸음으로 대대 군기 교육대까지 간다. 가서 사격 끝날 때까지 대가리 박고 있어. 실시!"

 

군사령부에서 인정하던 사격의 달인 조 병장이 졸병들 보는 데서 처참하게 깨지는 모습을 보여서일까, 후임들은 군기가 바짝 들어 전원 스무 발을 다 명중시켰단다.  

조 병장의 전성시대는 그렇게 가고 제대할 때까지 총 한 번 못 쏴보고 개구리복을 입고 사회로 나왔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군기가 바짝 든 졸병 생활 이 년 동안 쏘면 쏘는 대로 기가 막히게 잘 맞추던 특등사수가 선임병이 되어 군기가 쏙 빠지니까 총알도 주인 닮아 군기가 빠져 버려......

인간의 심리에서 특히 군기나 모성애 같은 것이 실제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걸까?   

 

 

 

 

Yo te voy a amar, N Sync

 


 

 

 

부에노 대대장, 중대장 한테 깨지고 또 saci 님께 찍히고... 부에노의 끝은 어디일까... ㅜ 예전에 카페에 올렸던 글인데 남미로 향하던 꿈과 함께 같이 했던 카페 음악도 가지고 왔습니다. ^^   04-11

알젠의 봄 부에노님의 글을 보니깐... ㅋㅋㅋ 야간사격 때가 생각나는군요. 너 야간사격 10발 다 맞추면 휴가야... 잘 쏴... 결과는 13발... 이런, 옆의 동료들이 넘 도아준게 탈... ㅎㅎㅎ 옛날 생각나는군요...   04-11

saci 부에노님은 예쁘게 찍힌 거니까... 앞으로도 헷갈리는 소설을 많이 써주시면 되지요... 군기... 정신력...... 아... 나에게 이런 게 많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만 40이 딱 되었을 때 했던 다짐들...... 엄마가 쥐어준 것으로 살아온 내 half 인생 그리고 내 손으로   04-11

saci 이번에는, 나머지 반을 새로이 시작하고 일궈보겠다는 결심들... 계획들이... 20발이 다 맞춰지지 않을 때도 있고... 아니 몇 발 쏘지도 않고 지겨울 때도 있지요...... 예... 다시 군기 잡고... 열심히 해보렵니다... 지금 저에게 필요한 좋은 글. 참 고마워요...   04-11

saci 근데... 알젠의 봄님이 남자 분이었네요...... 곡이 아름다와요... 처음 듣는 곡입니다...   04-11

David 군대는 여군들도 있으니, 아직 속단하시면 안됩니다. ^^; 그쵸, 알젠의 봄님!!! 글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04-11

saci 맞다... 아... 이 속단......   04-11

부에노 감사합니다. 님들의 격려 글에 더 힘이 납니다. ^^   04-11

알젠의 봄 댓글로 여러 상상력들을 하셨군요. 전 신성한 의무를 다한 알젠의 봄이지요. 부에노 님 역시 다양하신 힘이 있으십니다. 근데... 어찌 제 사진을 구하셨던가요? just kidding... ㅋㅋㅋ   04-11

부에노 사진은 알젠의 봄 님을 위해 올린 거고... 우째 헷갈리네... ㅋ ^^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