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Isadora Duncan
1878년 5월 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소녀가 태어난다.
그녀의 이름은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 1878~1927)이었다.
아버지의 은행이 파산하고, 부모가 이혼하자 그녀는 춤에 자신을 맡겼다.
그녀는 음악을 가르치던 어머니에게서 시와 음악을 배우며,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추곤 했다.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웠으나, 정형화된 동작과 제약이 많은 발레의 특성 때문에 던컨은 종종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나를 찬양하고 나를 노래하리라.
그리고 내가 취한 것에 그대도 취하리라”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휘트먼의 시처럼, 그녀는 꽉 끼는 슈즈를 벗어버린 맨발과 코르셋을 벗어버린 맨 몸으로 내면을 표현하려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무용으로써 승화시킨다.
그리고 이 몸짓이, 훗날 현대 무용의 시초가 된다.
이사도라는 시카고에서 무용수로 데뷔했지만, 사람들은 발레도 아니고 전통무용도 아닌 그녀의 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발레만이 최고의 무용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그녀의 춤과 의상은 낯섦 그 이상의 충격이었다.
1899년 스물한 살, 이사도라는 유럽으로 건너가 런던과 파리에서 박물관에 드나들며 그리스 문화에 심취하기 시작한다.
루브르 박물관까지 춤을 추며 걸었고, 종종 '우리는 달나라에서 왔어요!' 하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 때 본 그림들을 춤으로 표현하고, 그리스 석상들을 보며 영감을 얻은 그녀는
훗날에도 그리스 의상과 같은 줄 몇 개로 고정한 넝마를 입고 맨발로 춤을 추었다.
그러다 달밤에 춤을 추는 모습이 당시 정상급 여배우의 눈에 들어 런던 사교계에 입문하게 되고, 그녀의 무용은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누리게 된다.
그렇게 서서히 명성을 얻어가고 자리를 잡아갈 무렵, 그녀는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그것이 비극의 시작.
그녀의 남자들은 모두 뛰어나고 아름다운 예술가였는데, 두 명의 남편에게서 한 명씩의 아이를 얻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데어도르와 패트릭 남매였다.
폭우가 내리던 어느 날, 이사도라는 아이들을 데리고 파리 시내로 나갔다가, 춤 연습 일정이 있어 아이들을 집으로 먼저 돌려보낸다.
그러나 아이들이 탄 차는 센 강 근처에서 고장 나, 강으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한 시간이 넘게 지난 뒤 차는 밖으로 꺼낼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보모에게 매달린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사도라는 이 때 충격을 받아 몇 번이고 센 강변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아이들 이름을 울부짖었다고 한다.
1914년,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그녀는 43살의 나이로 러시아에 간다.
거기서 아들인 패트릭을 너무나 빼닮은 젊은 시인 25살의 예세닌을 만나 결혼한다.
그러나 그는 천재 시인이었지만 그만큼 미치광이여서, 신경쇠약과 알콜중독, 간질에 시달려 그녀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도라는 자기 아들 패트릭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저런 얼굴로 성장해 있을 거란 생각에 예세닌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와 함께 미국에 건너갔지만, 예세닌은 미국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녀는 연습이 부족했다.
그녀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볼셰비키 갈보(공산당 창녀)'라고 손가락질하며 욕했고, 그녀가 천 명의 남자들 앞에서 옷을 벗고 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결국 이사도라와 예세닌은 15개월간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다.
1925년 겨울, 러시아로 돌아간 예세닌은 극도의 우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신혼 때 들렀던 호텔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안녕, 친구여, 안녕.
사랑하는 친구여, 그대는 내 마음속에 있네.
예정된 이별은
미래의 만남을 약속한다네.
안녕, 친구여, 안녕, 악수도 작별 인사도 나누지 말자.
슬퍼하지 마라. 슬픔에 꺾이지 마라.
이 세상에서, 죽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산다는 것 역시,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일이지.
- 자살 직전 예세닌이 남긴 시
1927년 프랑스 니스.
아이들과 남편을 모두 잃은 이사도라는 생전 예세닌이 좋아하던 붉은색 긴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오픈형 스포츠카에 올랐다.
새로 알게 된 남자와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서였다.
차에서는 재즈곡 'Bye Bye Blackbird'가 흘러나오고, 이사도라는 밖에 서 있는 친구들에게 '나는 멋진 곳에 다녀올 거야. 안녕!' 하고 말했다.
그리고 차는 출발하고, 그녀의 목을 감싼 긴 스카프는 차 뒷바퀴에 감겼다.
가녀린 목은 순식간에 꺾였고, 그렇게 그녀의 생은 끝났다.
자유로워서 위대하고,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이사도라 던컨.
20세기 현대무용의 시초가 된 그녀의 영혼은 지금도 훨훨 날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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