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검소하신 우리의 짱짱이 님 y Porqué te vas?(그대는 왜 떠나시나요), Jeanette Anne Dimech

부에노(조운엽) 2013. 9. 27. 09:24

 

 

시체놀이(?) 하는데 눈이 부신가? 산티아고 데 칠레 거리의 뻬로

 

 

검소하신 우리의 짱짱이 님

 

 

우리 오빠 짱짱이 님은 아주 검소하시다.

뭐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알뜰살뜰하게 아껴 쓰기에 간혹 새 언니 지심행 님과 의견이 달라 다투기도 하시지만 오빠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고, 종종 어려운 이웃을 잘 도우시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밥먹다가 상에 뭘 떨어뜨려도 다 줏어먹어야 한다.

쌀 한 톨 수확하려면 일미칠근이라고 농부의 땀이 일곱 근이 들어간다는데, 나 야생마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밥알 한 개라도 남기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아마 만주 허허벌판에서 개장시하실 때 근검절약하는 게 몸에 배셨나 보다.

하긴 그때 먹을 게 얼마나 궁했을까?

 

오빠 말씀으로는 만주에 있던 개들도 먹을 게 없어 샤론 스톤 젊었을 때같이 비쩍 꼴아가지고 잡으면 껍닥이 뼈에 붙어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에노 아자씨와 들개를 잡아 섞어서 팔았다나.

들개는 산과 들에서 뭘 먹고 살이 쪘을까?

내 합리적인 생각엔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아무튼 가다가 님과 셋이 만나 마오타이를 마시면서 그 시절 이야기를 하실 때는 신이 나서 게거품을 물고 남이야 듣던 말던 자기 이야기하기에 다들 바쁘시다.

난 하도 많이 들어서 나보고 이야기하라고 해도 연변에서 흑룡강까지 어느 집에 무슨 개가 있는지 눈으로 보듯이 쫘악 꿰고 있다.

 

어제 저녁에 이웃에 사는 아리네 집에서 부부싸움이 났는지 동네가 시끄러웠다.

원래 그런 싸움 구경은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야 싸우는 사람도 신나고 따라서 귀경하는 사람들도 더 재미있는 법이다.

한참 물이 올랐는지 요강 뚜껑도 날아다니고 뭐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비명 소리도 들리고 저러다가 사람 다치는 건 아닐까 걱정됐는데 남영동 방범대장으로 근무하는 마당쇠 아자씨가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뜯어말렸다.

 

싸움이 그치고 판이 깨지자 귀경하던 동네 사람들도 맹구 앞니 빠진 것 모양 하나 둘씩 사라지고, 나도 슬그머니 집으로 들어가다가 대문 앞에서 발에 뭣이 물컹하니 밟혔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보니 덜 마른 조기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아마 옆집에서 말리려고 널어놓은 조기를 쥐가 물고가다가 아리네 집에서 연탄집게가 날아다니고 시끄러우니까 놀라서 떨어뜨리고 간 모양이다.

줏어서 쓰레기 통에 버리려다가 어차피 버릴 거 쥐가 다시 물어가겠지 하고 집에 들어왔다.

 

화장을 지우고 컴을 켜서 밀린 스위시 작업을 하는데 옥탑방 쪽에서 고소한 생선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나는 것 같았다.

'아이~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이어 짱짱이 오빠 말이 들렸다.

 

"캬~ 조타! 요노무 조기, 통통하니 살 많이 쪘네. 번개탄에 구니 무쟈게 맛있는 걸..." 

 

 

 

Porqué te vas?(그대는 왜 떠나시나요), Jeanette Anne Dim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