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손님, 만 원입니다 y 편지, 채정안

부에노(조운엽) 2013. 10. 3. 17:26

 

 

 

라르꼬마르 해변만이 알고 있는 에쎄 님의 전설 

 

 

공과 사는 똑바로 구분해야지

 

 

개학하고 오랜만에 동아리 선후배들을 만나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에쎄 언니는 라르꼬마르까지 원정가서 태극권을 오래 해서 그런지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것 같은 몸매로 변신해서 나타나셨다.

꽃띠 샤로니 온냐는 방콕만 하고 기셨는지 더 하얘지시고 방디만 더 커진 것 같다. (쉬~ 소문내기 엄기... ㅋㅋㅋ) 

아리아리 오빠는 백두산 호랑이 엉디라도 만지고 왔는지 더 기골이 장대해진 것 같다.

동기 프랭키는 늘 그랬듯이 눈을 반짝이며 좌중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나갔다.

 

한참 이야기에 빠져 있다 보니 아뿔싸, 전철 막차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지금 인파를 뚫고 가슴 흔들며 전속력으로 뛰어가도 탈까 말까 한데...

시계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분위기에 휩쓸려 주저앉았다.

새벽 1시를 훌쩍 넘겨서 자리를 떴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남영동까지 가려면 택시 요금이 만만치 않을 텐데... 

거리에는 늦은 밤손님들을 태우려는 택시와 취객들로 복잡했다.

엄마도 걱정이 되셨는지 언제 들어오냐고 문자와 전화가 여러 번 왔다.

 

그때 아빠가 생각났다.

지난해 개인택시를 마련하신 아빠는 지금쯤 서울 저잣거리를 누비고 계실 터이다.

하지만 어디 계시는지도 모르는 데다 이런 황금 시간대에 고작 딸을 태우고자 먼 거리를 달려오실까 싶었다.

그래도 다른 택시 타기는 왠지 아깝고, 고민 끝에 일단 아빠께 전화를 걸었다.

 

"저기... 아빠, 지금 어디세요?"

"망우리 공동묘지다. 왜?"  

"저..., 저 좀 태워주실 수 있어요?"

어렵게 꺼낸 말인데 아빠는 '왜 이렇게 늦었냐? 바쁘니 끊는다.'라고 말씀하시고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뚝 끊으셨다.

나는 원망 반 섭섭한 마음 반으로 다시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한참 합승 택시라도 잡으려고 애를 먹고 있는데 금방 휴대폰이 울렸다.

"어디냐?"

아빠였다.

아무리 바빠도 외동딸의 부탁을 뿌리치지는 않으셨다.

잠시 뒤 이문동 사거리에 아빠 보랏빛 새 차가 보였다.

반가웠지만 아빠 일을 방해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창문을 열고 택시 잡으려는 손님이 보이면 '남영동'을 외쳤다.

겨우 후암동 가는 손님 한 분을 태우고 갔다.

물론 미터기는 그 손님이 탄 순간부터 누르셨다.

역시 아빠 매너는 짱이셨다.

 

집 근처 대로변에 도착해서 기분 좋게 차에서 내리는데 아빠가 손을 내밀며 '손님, 만 원입니다.' 하셨다.

헉~ 아니 딸한테도 요금을 받으시다니...

어이 없어 하자 아빠가 웃으시며 대꾸하셨다.

"손님,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죠."

 

집에 들어가 엄마께 짱짱이 아빠가 택시 요금을 받더라고 썰면 한 사발도 더 나올 입으로 툴툴대며 말하자 지심행 엄마는 한 술 더 뜨셨다.

"야생마 님, 택시를 타고 오셨으면 당연히 요금을 내셔야죠."

맙소사, 엄마 아빠는 모두 한 통속이셨다.

하지만 마음 속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늦게 들어오는 딸을 걱정해주시는 엄마, 바쁜 시간에 딸을 위해 달려와 주신 아빠,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 ^^

 

 

안혜영 님 글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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