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of gold, Neil Young y 최고의 가정교사

부에노(조운엽) 2017. 4. 11. 07:29

 

 

 

 

최고의 가정교사

 

 

어릴 적 아버지는 저희 삼 남매의 엄한 가정교사였어요. 

매일 아버지와 마주 앉아 한글과 구구단 등 기초 학문(?)을 정말 야무지게 배웠습니다. 

자식들을 가르칠 때면 아버지는 정말 엄하셨어요. 

받아쓰기든 산수든 틀린 개수대로 손바닥을 맞았습니다.

어찌나 깐깐하신지 '를'처럼 받침이 들어간 글자를 쓸 때 위의 'ㄹ'을 아래 'ㄹ' 보다 크거나 작게 쓰면 혼쭐이 났죠. 

글자의 균형을 깨뜨리지 말라고요. 

일곱 살도 안 된 아이에겐 여간 어려운 주문이 아니었습니다. 

산수 시간엔 아버지 앞에서 구구단을 외워보여야 하는데, 아버지가 '몇 단을 외워 보거라' 하실 때면 늘 희비가 엇갈렸어요. 

자신 있는 단과 그렇지 않은 단이 있었거든요.
저는 변환 규칙이 단순한 2단, 3단, 5단, 9단을 좋아했습니다. 

4단과 6단도 그리 어렵진 않았죠. 

하지만 7단과 8단은 여차하면 틀리기 십상이라서 제일 꺼려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의 교육 방침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일기쓰기입니다. 

공책을 한 권씩 나눠주시곤 매일 매일 일기를 적으라고 하셨죠. 

미루다가 어느 날 기습 검사라도 하시는 날이면 빠진 날수만큼 또 손바닥을 맞았습니다. 

어느 날은 매일 그날이 그날인 듯 하루 일과를 나열하고는 으레 '참 재미있었다'로 마무리되는 똑같은 형식이 못마땅하셨는지, 앞으론 '참 재미있었다'는 표현을 쓰지 말라 하셨습니다. 

재미있는 걸 재미있다고 쓰지 말라 하시니 답답할 노릇이었지만, 그 외의 표현을 찾느라 삼남매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던 것도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네요. 

여차하면 손바닥을 내놓아야하는 엄한 수업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또래 아이들보다 단단히 기초를 익히고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글 쓰는 걸 싫어하지 않고 자란 것도 아버지 덕분인 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살아가는 데 유용한 여러 가지가 아버지의 기초교육에서 비롯됐네요.

아버지, 참 감사합니다.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김혜경 기자

 

 

 

 

Heart of gold, Neil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