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던 태국 아가씨
언제나 프로여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쪽지
은행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깐깐한 인상의 한 남자 손님이 왕초보인 내게로 곧장 걸어왔다.
"계좌 개설 좀 해주십시오. 현금 카드, 텔리뱅킹도 부탁합니다."
그때까지 겨우 단순한 입출금 업무만 해왔던 터라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아직 어려운 업무는 옆자리의 선배 언니나 계장님이 처리해주셨다.
그런데 그날은 다들 바쁘고 계장님도 내게 업무를 가르칠 요량으로 한번 해보라는 듯 눈을 찡긋하셨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막상 내가 해보려니 신청서는 어디 있는지, 복사는 왜 이리 잘 안 되는지 등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겨우 업무를 마쳐서 그 손님이 통장과 현금카드를 받고 확인하는 것을 보고, 땀도 닦고 화장도 고칠 겸 화장실에 갔다 오니 내 책상 위에 쪽지가 하나 보였다.
그 손님이 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나 생각하며 난 남자 친구도 있는데 이를 어째 하면서 발칙한 상상을 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쪽지를 펴보니...
"오늘 아침에는 업무 준비가 잘 안 된 모양이군요. 다음에는 프로답게 손님의 시간을 아껴주시면 참 고맙겠군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이럴 수가!' 저절로 얼굴이 빨개졌다.
모두에게 비밀로 내 책상에 둔 쪽지 한 장.
달콤한 프러포즈는 아니었어도 내게 성장할 수 있는 채찍이 된 소중한 충고였다.
신입사원이면 모든 게 용서될 줄 알았던 시절,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고객 앞에서는 언제나 프로여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오늘도 친절한 태도로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그 쪽지를 되새겨본다.
글 : 김승미 님
편지, 채정안
너무 미안해 이럴 수 밖에 없는 날 원망하지 마
나도 너에게 뭔가 줄 수 있어 행복해
너의 사랑이 내게 과분했던 건 알고 있었어
꿈이 아니길 꿈이라면 깨기 싫었어
너의 그녈 만났어 (그녀를) 나에게 물었어 (사랑해)
너를 사랑한다면 너를 포기하라고
날 날 잊어버려
나를 나를 지워버려
제발 니가 싫어 다른 사랑 찾아 떠난 거라
오해하며 살아가줘
고개 숙이며 울고 있는 나를 위로해 주던 여자
착해 보이는 그녈 보니 맘이 놓였어
너에게 맞는 여자는 나뿐이라 생각했는데
그녀가 있어 조금은 내 가슴이 아파
많이 사랑했었어 (너만을) 그만큼 울었어 (다시는)
내가 보고 싶어도 나를 찾진 말아줘
날 날 잊어버려
나를 나를 지워버려
제발 니가 싫어 다른 사랑 찾아 떠난 거라
오해하며 살아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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