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 강당 안에 새겨진 임명자 시인의 '한국 현대 시론' 강연 모습 ^^
시집 갈 밑천
초등학생 때였다.
엄마가 여자는 일찍부터 시집 갈 밑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가르치며, 그 밑천을 장사하느라 바쁘신 엄마의 잔심부름을 하고 받는 수고비로 마련하게 했다.
방을 닦고, 고사리 손으로 설거지도 하고, 아빠 구두를 닦으면 수고비를 주셨다.
어린 내가 돈이 뭔지 알기나 했을까?
단지 사랑하는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이 좋았을 뿐이다.
아무튼 참 열심히 했고, 그렇게 몇 년을 모으니 제법 많은 돈이 모아졌다.
액수가 커지면서 엄마가 돈을 관리하셨는데,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몇 년 뒤, 사춘기가 되어 할 일도 많고 고민도 많아진 나는 시집 갈 밑천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였나 보다.
갑자기 그 밑천이 생각나 엄마한테 여쭈니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다.
"해영아, 너 밥하는 거 어렵디? 빨래는? 설거지는 미리 물에 담가뒀다 하는 것도 알았지? 걸레 빠는 법은, 그것도 잘 알지?"
"그건 내가 선수지, 엄마."
"바로 그거다. 엄마가 해영이한테 마련해주고 싶은 시집 갈 밑천 말이야."
나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엄마를 쳐다볼 뿐이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잘 하길 바라는 엄마의 뜻을 알지 못했던 거였다.
대학생이 된 지금, 게으름 탓이라 엄마가 가르쳐주신 것들을 잘 활용하지 않지만 누구 못지않게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척척 잘할 수 있다.
지금도 엄마는 병석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장사를 어렵게 꾸려가고 계신다.
내 시집 갈 밑천을 이용하여 이제라도 고생하는 식구들에게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드려야겠다.
엄마, 고마워요!
이 해영 님 글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배인숙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길을 걸으면 생각이 난다 마주보며 속삭이던 지난날의 얼굴들이 꽃잎처럼 펼쳐져 간다 소중했던 많은 날들을 빗물처럼 흘려보내고 밀려오는 그리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가득 찬 눈물 너머로 아~아~아~아~아~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거울을 보면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 오고가던 골목길의 추억들이 동그랗게 맴돌다 간다 가슴 속의 하얀 꿈들을 어느 하루 잃어버리고 솟아나는 아쉬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가득 찬 눈물 너머로 아~아~아~아~아~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난다 헤어지던 아픔보다 처음 만난 순간들이 잔잔하게 물결이 된다 눈이 내린 그 겨울날 첫사랑을 묻어 버리고 젖어드는 외로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넘치는 눈물 너머로 아~아~아~아~아~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본다 떠다니는 구름처럼 날아가는 새들처럼 내 마음도 부풀어가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지평선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저 푸른 하늘 너머로 우~우~우~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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