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에서 사라진 참외 속과 냉면 계란 ^(^
짱짱이 님과 남영동 옥탑방에 살던 때였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하도 웃음꽃을 피우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으니까 형수님이 질투할 정도였다.
그래서 수시로 먹을 것을 갖고 와 옥탑방 문을 열어 보고 점검을 하셨다.
하도 웃어대니 혹시 푸켓에서처럼 동네 아짐이라도 불러서 불장난을 하는 거는 아닌지, 동네 다방에서 차를 시켜 아가씨들과 히히덕 대는 거 아닌지 짬만 나면 확인을 하셨다.
이미지가 비슷한... ^^
하루는 샤로니 온냐 좋아하는 대게 찜을 만들어 서울대 병원에 문병 갔다가 이 겨울에 귀한 참외를 얻어와서 우리 먹으라고 갖고 오셨다.
참고로 짱짱이 형수님은 친한 사람에게 뭘 만들어 주거나, 있는 거 없는 거 퍼주는 것을 무지 즐겨하신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만 몇 살 어린 붸노가 참외를 깎아서 짱짱이 님 보고 드시라고 하니 이가 부실하다고 혼자 먹으라고 하셨다.
실로 몇 년만에 보는 참외련가.
참외 속을 남기면서 겉만 칼로 잘라 먹고 있었다.
맛있는 속은 마지막에 먹으려고 아껴가면서...
그런데 짱짱이 님 눈빛이 번쩍하면서 '부에노야, 뒤에 바퀴벌레 있다.'고 말씀하시길래 깜짝 놀라 얼른 뒤돌아본 사이 맛있는 참외 속이 사라졌다.
짱짱이 님은 원래의 눈빛으로 돌아가서 흡족한 표정으로 입만 오물거리고 계셨다.
아띠, 이를 어째.
점잖은 체면에 묵는 거 갖고 싸울 수도 없고...
말은 못하고 혼자 아쉬워하고 있는데 형수님이 냉면 좋아하냐고 물으러 오셨다.
아, 냉면!!!
냉면이 어케 생겼더라?
전에 프랭키 형과 종로에서 한 번 먹어 본 적이 있는데 면이 노랗던가, 빨갛던가?
'오, 냉면~~~' 하면서 좋아서 입을 못 다물고 있자, 형수님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시면서 조금 있다가 냉면 먹으러 내려오라고 하셨다.
구름과자 한 대 묵고 조금 있으니 롱다리 따님이 냉면 준비 다 됐다고 내려오라는 전갈이 왔다.
아래층 거실 식탁에 가니 갈색 냉면이 살얼음 섞인 육수에 큼직한 고기 토막과 삶은 계란 반조각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두 그릇이 차려져 있었다.
형수님과 롱다리 따님은 우리 식사할 때 절대 식탁 근처에 안 오신다.
그것도 두 여인의 상당한 배려라 늘 고마우면서 같이 먹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많았다.
암튼 입맛을 다시며 식탁에 앉아 젓가락을 드는데 짱짱이 님 눈이 또 반짝이면서 바닥에 돈 떨어졌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고개를 숙여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내 눈에는 돈이 안 보였다.
그래서 어디에 떨어졌냐고 묻는데 대답은 없고 오물오물하는 느낌만 들었다
고개를 드니 짱짱이 님은 행복한 표정으로 입만 움직이고 계셨다.
그런데 내 냉면에 있던 맛있게 보이는 계란이 날개가 달렸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ㅜㅠ
섹시한 남자, 스페이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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