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잘못된 만남

부에노(조운엽) 2010. 4. 3. 15:50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

 

 

잘못된 만남

 

 

방금 길을 걸어가는데 인근에 있는 대학교의 남녀학생들이 여러 명 지나가면서 하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섬칫했다.

"요즘 고딩들이 무서워서 어쩌고 저쩌고..."

사실 청소년들이 무서운 짓을 하는 것이 어제 그제 일이랴?

글쓴이가 오래 전에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무서운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

버스에서 맥없이 유리를 씹으면서 주위 학생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아이도 있었고, 교복 입은 채로 담배를 돌려 피우다가 어른이 쳐다보면 째려보면서 '뭘 봐, 담배 피는 인간 처음 보니?' 하질 않나. ㅜㅠ

 

 

 

글쓴이가 고딩 시절 남영동 독서실에 다닐 때였다.

집에서 시험 공부해도 되는데 종종 친구들과 어울려 독서실에서 밤을 새운 적이 있었다.

야간 통금이 있던 시절, 공부하면서 밤을 새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라면이나 끓여먹으면서 지나가는 여학생 궁디나 힐끔힐끔 쳐다 보면서 친구들과 노닥거리고, 졸리면 책상에 엎어져서 자곤 했다.

그러면서 학교 성적이 많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참 신기한 일이었다.

 

 

하루는 모처럼 시험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펴들고 조금 들여다 보고 있으니 정전이 되었다.

그래서 조금 큰 소리로 '에이, 간만에 공부 좀 하려고 했더니 안 도와주네.'라고 말했다.

순간 칠흙같이 컴컴한 독서실이 남녀 학생들의 웃음바다로 변했다.

 

 

잠시후 불이 들어오자 독서실 기도를 보던 짱짱이 님이 각구목을 들고와서 큰 소리를 쳤다.

"아까 어떤 놈이 떠들었어? 나와 봐!"

작지도 않은 키에 몽둥이를 들고 눈을 부라리고 서있으니 다들 쫄았다.

나도 겁 먹고 짱짱이 님에게 시범 케이스로 조 터질가봐 고개를 책상 칸막이 안에 확 쳐박고 자는 척했다.

십 년 감수했다.

그후로는 절대 짱짱이 님과 눈도 안 마주쳤다. ^^

 

 

요즘 대표적인 정말 무서운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