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게 꿈과 희망을 준 낭자 군단
164㎝의 갸날픈 몸매에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30대 아줌마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인 일본 여자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사와 호마레.
올해 33세인 그녀의 모습에는 평범함 속에서 비범한 내면이 비쳐진다.
19년간 대표팀에서 뛴 경력이 우선 그렇다.
그녀가 마침내 축구인생의 마지막 도전무대에서 일본을 첫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일본과 미국의 2011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결승전이 치러진 독일 프랑크푸르트.
전·후반 동안 1-1로 승부를 내지 못한 양 팀은 연장에 들어갔고, 연장 전반 14분 미국의 주포 애비 웜바크가 헤딩 슛으로 일본의 골문을 갈라 사실상 미국의 역대 3번째 우승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영웅은 위기에서 나타나는 법.
역시 믿었던 ‘정신적 지주’ 사와가 일본을 구했다.
사와는 연장 후반 종료 3분전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연결, 2-2 동점을 만들어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결과는 역전 분위기를 만든 일본의 3-1 승리.
남녀를 통틀어 FIFA가 주관하는 성인 월드컵에서 아시아 최초로 일본이 세계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한국과 북한이 각각 2010년과 2008년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하기는 했지만 성인 대회 우승은 일본이 처음이다.
8강과 4강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독일과 스웨덴을 꺾은 일본은 결승에서도 역대 상대전적 22패3무이자 세계 1위인 미국을 침몰시켜 기쁨이 더했다.
부인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통령 대표단을 응원단으로 현지에 보내는 등 이번 여자 월드컵에 각별한 관심을 표했던 오바마 대통령도 월드컵 챔피언 일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나도 보냈다, 비록 마음으로나마... ^^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사와는 환호와 눈물이 뒤범벅돼 동료들과 춤을 췄다.
시상식에서 그 환희는 더욱 주체하기 힘들었다.
우승컵과 함께 대회 5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데 이어 골든볼(MVP)까지 휩쓸며 ‘트리플크라운(3관왕)’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일본 여자축구의 월드컵 우승은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지역을 휩쓴 지진 해일로 시름에 잠긴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줘 의미가 더 컸다.
사와는 어린 시절 동네 남자 아이들과 공놀이를 즐기다 축구를 시작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양적 정서가 깊은 일본에서도 여자가 공을 차는 것에 호의적인 시선이 아니었다.
하지만 선천적인 본능은 피할 수 없었다.
‘여자 주제에 축구를 잘 한다’는 이유로 남자 아이한테 얻어맞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15세에 대표팀에 뽑힌 뒤 일본 여자축구의 정신적 지주로 성장했다.
일본의 6차례 월드컵 본선 진출에서 5차례를 뛴 사와는 올림픽도 3차례나 참가했다.
특히 A매치 173경기에서 80골을 터뜨려 일본 남자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는 가마모토 쿠니시게(75골)를 넘어섰다.
또한 미국 여자프로무대에도 두 차례 뛰었고, 2004년과 200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여자선수로도 선정됐다.
현재는 지소연의 동료로 고베 아이낙에 소속돼 있다.
사와는 세계 정상을 목표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 얻어낸 결과라며 나 자신도 정말 전력을 다해 마지막까지 계속 뛰었다고 말했다.
Woman from Tokyo, Deep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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