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조화
개똥도 약에 쓰려면 보이지 않는 게 우리 일상이다.
오늘 프놈펜 포첸통 공항 근처 어느 공장에서 공사하면서 불도저로 며칠 동안 모은 흙을 덤프차로 수십 대 분을 버려야 레미콘을 부르고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양은 그리 많은 게 아니지만, 암튼 필요한 곳에는 돈을 받고 팔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사 진행상 어떻게든 돈을 주고라도 버려야 한다.
포크레인을 하루 320불에 빌리고 곧 120불에 쓰기로 한 덤프카가 오면 오늘 중에 흙을 처리해야 했다.
안 그러면 그냥 하루 440불을 날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흙 버릴 곳을 알아보라고 보낸 현지인 둘이 다 고개를 흔들며 당장 버릴 곳이 없다고 말했다.
우~, 현지에서 말 통하는 현지인이 버릴 곳을 모른다면 난 우찌라고...
일단 공사 현장 현지인 관리자 두세 명을 데리고 현장 문을 나섰다.
흙 그냥 줄 테니 받을 사람 없냐고 수소문하니 동네에서 임자가 두어 명 나타났다.
얼씨구나 좋은 일이네.
공사 현장 바로 옆집, 우리나라로 말하면 수자원 관리 회사 같은 곳에서 흙을 다 갖다 달란다.
하루 종일 열심히 덤프카로 흙을 퍼 나르면서 그 회사에 공간이 여의치 않은 것 같아 앞으로 덤프카로 20대 분은 더 나올 건데 괜찮겠냐고 물으니 30대도 문제 없다고 말한다.
그사이 우리가 빌려서, 흙 치우는 동안 하루 쉬기로 한 블도저가 슬금슬금 나타났다.
흙 받는 곳에서 블도저를 반나절 쓰기로 하고 흙을 정리해달라고 한 것이다.
뭔 이야기인고 하니 흙 필요한 곳에서는 그 양을 사려면 몇천 불을 줘야 살 수 있는 것을 공짜로 얻어서 좋고, 돈을 주고라도 버려야 할 우리는 비용 부담이 아주 적고 빨리 처리해서 좋은 일이고, 중장비 임대회사에서는 흙 버리는 곳이 가까워서 덤프카 기름값 적게 들이고 일을 하면서 노는 블도저 임대료까지 받아 정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기가 막힌 일이 생긴 것이다.
세상 살면서 매일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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