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바다 사나이 아빠에게 드리는 편지

부에노(조운엽) 2012. 12. 13. 07:17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모두 거짓말인 것 같아요

 

 

"아빠, 안녕하세요? 저 지원이예요. 잘 지내시죠?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요. 제가 떠 준 목도리 하고 다니시면서 감기 조심하세요. 1년이란 시간 참 빨리도 가죠? 벌써 1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네요. 1년 동안 저는 한시도 아빠를 잊은 적이 없어요.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고요."

어제 오전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인천 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고(故) 이청호 경사의 흉상과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인천해경 소속 3005함 특공대 나포팀장이었던 이 경사는 지난해 이날 새벽 옹진군 소청도 앞바다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다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해양 수호신으로 우리의 곁에 하길 기원한다.'는 이강덕 해양경찰청장의 추모사에 이어 이 경사의 장녀 지원 양이 '아빠에게 드리는 편지'를 읽었다.

"명훈이는 이제 중 1학년이에요. 교우 관계도 원만하고 선생님들도 많이 예뻐해 주셔서 명훈이도 재밌게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막내 명현이는 아빠가 없으니까 활기가 사라진 것 같아요. 명현이는 아빠가 제일 예뻐했는데 아빠가 떠나신 뒤 많이 아팠어요. 밤에 악몽을 꿔서 방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명현이가 악몽을 꾸지 않게 도와주세요. 언젠가 한번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아빠 보고 싶어?'라고 물으니까 '응 많이!' 라고 했어요. 아직 철이 없지만 그래도 아빠가 아주 많이 많이 그리운가 봐요. 저도 그래요."

 

담담하게 흐르던 지원양의 목소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슬픈 건 항상 기쁠 때나 슬플 때 아빠가 저희와 함께 없다는 거죠. 아직도 슬픔의 여운이 남아있어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모두 거짓말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 아빠 얘기하고 그럴 땐 나도 아빠 얘기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으니까 듣기만 하고. 그래도 괜찮아요. 아빠가 항상 우릴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지금이 아닌 줄 알았어요. 그런 건 나중인 줄 알았어요. 아빠가 살아생전, 제가 애교도 없고 낯 간지러워서 하지 못한 말, '아빠 사랑해요. 고맙습니다.' 아빠의 하나밖에 없는 딸 지원 올림"

 

 

 

 


지원양은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 경사의 동료 경찰관 등 400여명이 참석한 행사장 곳곳에서도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이 경사의 아내와 삼 남매는 행사가 끝난 뒤 남편과 아빠의 얼굴을 1.2배로 확대해 제작한 흉상을 잠시 어루만지며 다시 눈물을 보였다.

이 경사의 흉상은 해경 전용부두 외에 천안에 있는 해양경찰학교와 인천 월미공원에도 곧 세워진다.

제작비는 동료들의 성금과 인천시 지원금으로 마련했다.

 

 

 

 

'재미있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짱짱이 님은 높은 사람  (0) 2013.01.12
모토 사고, 내가 있기에 세상이 있는 거지  (0) 2012.12.24
재미있게 사는 방법 중 하나  (0) 2012.12.03
작은 연못  (0) 2012.09.29
감동스런 아르헨티나 개  (0) 2012.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