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찿지 마라 아들아
명절에 집에 오지 말아라.
처가가 좋으면 처가에 가고, 연휴에 그냥 네 집에서 맘 편히 쉬어라.
네 엄마는 그동안 명절이면 쇠빠지게 일했다.
그래서 지금은 같이 놀러가고 싶다.
네 평생을 끼고 살았으니 니들끼리 알콩달콩 잼나게 살거라.
우릴 찾지 마라 아들아.
네 처와 싸웠다고 내 집에 오지 마라.
너의 집은 네 마누라가 있는 그곳이다.
깨끗이 치워놓은 내 집에 니네 식구 한번 왔다가면 정말 정신이 없다.
우리는 이제 물건이 가지런히 있는 평온함을 느끼며 살고 싶다.
우릴 찾지 마라 아들아.
결혼했으면 마누라가 해주는 밥이 입에 맞지 않아도 투덜대지 말고 먹어라.
삼십 평생을 네 입에 맞는 밥과 반찬을 준비하느라 네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김치 언제 담궈 줄 거에요?'라고 묻는 네가 정말 징그럽고, 네 마누라가 밉다.
싫다, 우리 둘이 해먹는 것도 벅차다.
제발, 우리도 신혼처럼 살게 해다오.
우릴 찾지 마라 아들아.
네 엄마는 너 키우면서 직장다녔고, 살림했다.
자기가 낳은 자식은 자기가 돌보는게 맞다.
그래야 자식을 함부로 만들면 안된다는 것도, 그 책임이 얼마나 큰지도 알거다.
그러니 니들이 좋아서 만든 자식을 우리한테 넘기지 마라.
마찬가지로 처가에도 안된다만, 잠깐 여행을 가고 싶다면 그때는 봐주마.
우릴 찾지 마라 아들아.
네가 선택한 마누라의 흠을 네 엄마한테 말하지 마라.
네가 골랐으니 네 얼굴에 침뱉기다.
부부는 평생 서로 맞춰가며 사는 건데, 네 마누라는 네가 좋기만 하겠냐?
자식을 이따위로 키웠느니 하며 주위 사람에 네 애비 욕먹이지 말아라.
너 때문에 욕먹는 거, 총각 때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우릴 찾지 마라 아들아.
허황된 생각을 갖지마라.
사업을 하고 싶거든 사업종자 돈을 모은 다음에 하거라.
내 거 니 거 분명히 하자.
내가 네 아빠지만, 나도 내 인생이 있고, 내 생활이 있다.
우리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하니, 너도 네 가정을 잘 이끌어 가거라.
아들아.
아내를 울리지 마라.
네 아내를 울리는 것은, 네 엄마를 울리는 것과 같다.
네 엄마가 어찌 살았는지 그걸 기억한다면 감히 네 아내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아들아, 장인 장모님께 잘하거라.
우리도 딸이 있어 그 마음을 잘 안다.
딸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가슴 시리고, 그런게 딸이다.
너도 딸을 낳아보면 안다.
그러니 네 마누라를 키워준 그분들께 진정으로 잘하거라.
너희가 무소식으로 살아주길 바라면서…
아들, 정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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