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미치도록 좋아했던 김정미의 '바람'

부에노(조운엽) 2016. 9. 23. 04:59

 

 

 

 

미치도록 좋아했던 김정미의 '바람'

 

 

김정미를 이야기하자면 그중심에는 신중현과 싸이키델릭이 있습니다. 

신중현 사단의 김추자나 펄시스터즈에 비하여 대중적 인기는 적었으나 음색의 독창성이나 중독성은 그들 못지 않았습니다.

김정미의 첫 데뷔 무대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 왔습니다. 

당시 최고의 가수였던 김추자가 공연을 앞두고 술병에 의하여 얼굴을 난자 당하는 린치를 당하고 만 것 이었습니다.

김추자는 붕대를 감고라도 공연을 하려 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신중현은 연습생이였던 김정미를 김추자 대타로 출연시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습니다.

싸이키델릭의 여제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다음은 신중현 글 중에서 발췌

 

 

김정미는 전형적인 노력파 가수였다.

펄 시스터즈와 김추자가 성공한 뒤 서울 명동의 내 사무실에는 가수 지망생들이 몰려들었다.

김정미는 매일 그곳에 죽치고 앉아 오디션 기회를 기다렸다.

음반 작업과 편곡 등으로 바빴던 나는 신인 발탁에 그리 공을 들이질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사무실을 지키는 사람이 테스트 받을 기회를 얻곤 했다.

늘 사복을 입고 와 알아채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당시 정신고녀 3학년 학생이었다.

"넌 펄이나 김추자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 새로운 걸로 하자."

인기 스타가 된 펄 시스터즈와 김추자는 내 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다.

어린 신인 가수 김정미에겐 내 음악성을 집중적으로 주입하기 좋았다.

그는 하라는 대로 따르는 등 온갖 성의를 보였다.

내가 그를 통해 실현하고자 한 건 바로 사이키델릭(환각) 음악이었다.

물론 김추자나 펄을 통해서도 사이키델릭 음악은 시도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차원이 달랐다.

김정미의 음악은 환각 세상이 어떤 것인지 경험한 뒤에 창작한 진짜 사이키델릭이었다. 

 

 

 


 

김정미, 바람

 

 

나뭇가지 사이에 바람 불어가면
어디선가 들리는 그대 목소리
저 산봉우리 위에 움직이고 있는
하얀 구름 속에는 그대 모습이 없네
바람 같이 날아 아무도 모르게
그를 지켜보며 날아가고파

그대 모르게 그를 보고파
나만 사랑하는지 알고 싶구나
보이지 않는 바람과 같이

그대 모르게 지켜보고파
바람같이 남아 아무도 모르게
그를 지켜보며 날아가고파

바람같이 날아 아무도 몰래
그를 지켜보며 날아가고파
바람같이 날아 날아가고파
바람같이 날아 아무도 몰래
그를 지켜보며 날아가고파
바람같이 날아 아무도 몰래
그를 지켜보며 날아가고파

 

 

 

바람, 김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