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동의보감
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매주 수요일 밤마다 '과외 수업'을 받고 있다.
벌써 3년째다.
한 번에 과외교사 3명을 모시고, 2~3시간씩 공부에 몰두한다.
'식객', '관상' 등을 비롯해 작품마다 철저한 사전 취재로 유명한 그가 이번에 매달린 공부는 한의학이다.
허 화백이 2011년부터 열공한 첫 결실인 '허허 동의보감'의 1권 '죽을래 살래'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된 구암 허준의 의학서 '동의보감'은 총 25권으로 이뤄진 방대한 기록물이다.
원전을 가능한 한 훼손하지 않고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건강 정보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허허 동의보감'도 총 20권으로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 한 해에 4권씩 5년 안에 완간할 계획이다.
허 화백은 기자간담회에서 "죽을 때까지 만화를 그리는 게 꿈인데 직업병으로 어깨가 자주 아파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 '식객' 때 만난 한의사 한 분이 '동의보감을 보면 섭생이 건강을 좌우한다.'고 얘기한 것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기회가 닿아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허 화백은 양천 허씨 31대손으로 20대손인 허준의 후손이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이 나온 지 400년이 됐는데 한집안 사람이어서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허허 동의보감'의 '허허'는 허준 선생과 허 화백의 작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동의보감을 다룬 기존의 소설, 드라마, 만화들이 허준의 인물 스토리 위주였던 것과 달리 '허허 동의보감'은 전문의학서의 내용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꾀했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은 병을 고치기 위한 책이 아니라 병이 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책인데 독자들이 가능하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입문서 격인 1권에는 병이 아니라 병을 일으키는 근본을 치료하고, 자연의 이치에 맞게 섭생하고 생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는 한편 허 화백이 직접 전문가와 함께 약초 산행을 다녀온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그림체를 봐도 '허허 동의보감'은 기존의 허영만 만화와 차이가 있다.
인물, 배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던 기존 화풍에서 벗어나, 인물을 간결하게 묘사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 데 집중했다.
허 화백은 김기창·고우영 화백의 예를 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사실적이고 힘찬 화풍을 선보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함축적인 그림으로 바뀌어갔다.
허 화백은 이러한 화풍의 변화가 '발전했다고 할 수도 있고, 나이 들어서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밥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그릴 수 있다. 예전엔 데생에 굉장히 시간을 들였지만, 이제는 데생이 아니라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을 연재하고 있으니 난 무조건 오래 살아야 한다.'면서 '과외 교사인 한의사 세 분이 힘 떨어질까봐 열심히 한약을 조달하고 있다.'고 웃었다.
적게 먹는 것과 많이 움직이는 것을 건강 비법으로 소개한 허 화백은 '돈과 명예를 내려놓더라도 건강에는 욕심을 부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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