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s in white satin,The Moody Blues y 해변을 청소한 세 모녀

부에노(조운엽) 2016. 10. 17. 06:40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작은 선행

 

 

얼마 전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부산 광안리 해변을 청소해서 뉴스에 나왔던 외국인 세 모녀를 기장읍에 있는 부산국제외국인학교에서 만났다.

이 학교 교사인 디애나 루퍼트 씨의 큰딸 피오나는 '쓰레기 치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다'는 말에 '쓰레기가 바다로 떠내려가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세 모녀는 광안리 해변에 산책 나갔다가 백사장을 가득 메운 쓰레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피오나가 어머니에게 '함께 청소하자'고 제안했고, 작은딸 스텔라도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장화와 고무장갑을 챙기고 근처 철물점에서 갈퀴 4개를 사서 해변으로 향했다.


폭설과 토네이도가 잦은 미국 위스콘신주 출신인 루퍼트 씨는 재해 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집 주변을 청소하는 일이 일상적이라고 했다.

피오나도 '학교에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쓰레기가 다시 바다로 들어가면 어떻해요?'고 말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세 모녀는 오후 3시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루퍼트 씨와 피오나는 갈퀴, 스텔라는 소꿉놀이용 삽과 바구니를 들고 쓰레기를 쓸어 담았다.

30분 남짓 지나자 지나가던 한국인들이 하나 둘 모여 같이 청소했다.

피오나는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고 '정말 기뻤어요. 제가 사는 우리 동네를 위해 무언가 한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라고 말했다.

쓰레기 정리가 대강 끝난 오후 6시쯤 루퍼트 씨는 딸들이 배고플까 봐 집에 가자고 했다.

하지만 두 딸은 '10분만 더'를 외치며 계속 쓰레기를 치웠다.

해가 넘어갈 무렵 두 딸은 같이 청소를 하던 한국인 아이들과 친해져 술래잡기도 하고 밀려드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놀았다고 한다.

결국 세 모녀는 해가 지고 오후 7시가 돼서야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루퍼트 씨는 '아이들이 피곤했을 법도 한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더라'며 두 딸 머리를 쓰다듬었다.

루퍼트씨와 두 딸은 자기들이 해변에서 청소하는 사진이 언론과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말을 이틀 뒤에나 들었다고 한다.

스텔라는 "홍수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같이 학교에 다니다 얼마 전 미국으로 간 친구가 '네가 청소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다 퍼졌다'고 알려주더라"고 말했다.
루퍼트 씨도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깨끗해진 백사장에서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월든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딴 루퍼트 씨는 해외 이곳저곳을 다니고 싶어 국제학교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졸업 후 예멘에서 국제학교 교사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첫 직장을 잡았다.

하지만 테러 위험이 커지자 안전한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1년 반 만에 예멘을 떠나 2009년부터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

루퍼트 씨는 '바다가 가깝고 스카이라인이 멋진 부산이 매력적이라면서 학교 동료들, 아이들과 삼겹살을 자주 먹으러 간다'고 했다.

 

 

 

Nights in white satin,The Moody Bl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