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은퇴 이민

노후 새로운 대안, 동남아 은퇴 이민

부에노(조운엽) 2016. 10. 30. 09:43

 

 

 

캄보디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화로운 풍경

 

 

​노후 새로운 대안, 동남아 은퇴 이민

‘이민’이란 단어는 새로운 삶’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196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이역만리 새로운 땅을 찾은 교포 일 세대부터 최근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가 그대로 눌러앉은 이민자까지 모두 잘살기 위해 우리나라를 떠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천 년대 중반, 삶의 질이 화두로 떠오르며 새로운 형태의 이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팍팍한 월급쟁이라도 동남아에서는 나름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퇴 이민’이 들불처럼 일어난 것이다.

당장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있지만, 은퇴만 하면 물가 싼 나라에서 여유롭게 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자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연금이나 보험, 임대소득 등 벌어놓은 재산을 헐어서 살아야 한다.

자산은 제한되는데 몇십 년을 더 살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게 된다.

 

미국이나 캐나다 은퇴 이민이 적은 것도 진입장벽이 워낙 높기도 하지만, 물가가 비싸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기본적인 지출이 더 많아 상대적으로 빈곤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물가가 싼 동남아시아 은퇴 이민은 여유가 생긴다.

월 25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면 한국에서는 평범한 생활 수준이지만, 동남아권에서는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고용하고도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다.

 

필리핀 이민 알선업체 관계자는 한 달에 250만 원 정도의 생활비면 가정부와 운전기사 등을 고용하고 골프 등 여가생활을 누리며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이민은 여행 아닌 생활이고, 사전경험도 선택 아닌 필수

 

은퇴이민이 삶의 질은 높일 수 있지만, 주의할 점도 분명히 있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생활비이다.

취업이나 사업 등으로 돈을 벌 수 없어 반드시 연금 같은 주 수입원이 확보돼야 한다.

 

또 현지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민을 알선한 브로커로부터 부풀린 비용을 청구받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받는 등 사기를 당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혼자 떨어져 있다는 고립감도 싸워야 할 문제다.

교포사회가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커뮤니티가 한정돼있고 우리나라에서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친지와 친구를 만나러 다니지 못한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면 여유를 찾아 떠났던 은퇴이민이 오히려 고통인 셈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치안 문제도 지적된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한국 은퇴이민자들이 현금을 많이 소유했다는 게 알려져 범죄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매년 많은 한국인이 털리고 피살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남아 현지 교민들은 은퇴 이민을 결정하기 이전에 동반자와 함께 적어도 석 달은 살아보라고 권한다.

최소한 물가나 현지 상황에 대해서 파악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은퇴 이민은 여행이 아니라 생활인데 현지 조사를 목적으로 일이 주 잠깐 보고 결정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말이다.

 

필리핀에 살면서 잠시 귀국한 박헌화 씨는 이민을 떠나면 거기서 얼마나 살지 모르는데 며칠 본 것만으로 현지 파악 다 했다는 것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석 달 체재비로 천만 원이 들더라도 시간을 두고 잘 알아보면 나중에 헛돈 적게 쓰고, 본인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훨씬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그는 남의 나라에서 살면서 한국과 다름없이 지낸다면 오히려 한국보다 생활비가 더 들고, 현지에서 컨테이너로 온 비싼 한국 제품 소비를 최소화하고, 현지 물건들로 생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사ON 박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