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도 가꿀 수 있는 시하누크빌의 월세 오백 불짜리 임대 주택
은퇴 후 외국에서 월 이백만 원으로 꿈 같은 생활을
오십 대 중반의 정주철 씨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이주했다.
중학생인 자녀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하고 어학연수도 할 겸 이주를 결심한 것.
그는 비록 이주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편안하고 급하지 않은 성격이어서 한국에서 바쁜 생활 속에 찌든 마음을 트이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그는 아파트 단지 내의 헬스장,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치며 여가도 즐긴다.
그는 ‘언어 문제에 약간 불편한 점이 있지만, 그 외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보다는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외국에서 노후를 보내겠다고 꿈꾸는 사람이 늘고,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외국에서 생활하는 게 쉬워졌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시행된 이후 연금 생활자들이 늘어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많은 은퇴자는 자기 사는 곳이 추울 때 따뜻한 동남아로 와 몇 달 살다 가는 게 일상이다.
일본의 경우 사십 년간 국민연금을 넣은 부부가 받는 연금은 월평균 십삼만이천 엔(약 백만 원)에 불과하다.
연금에 대비해 높은 물가를 감당할 수 없어 물가 싸고 자연환경이 뛰어나며 왕래가 쉬운 동남아로 연금 이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동남아는 PC방, 식당 등 이민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다.
또 싼 물가 때문에 굳이 일하지 않더라도 연금으로 기본 생활은 할 수 있다.
저렴한 인건비로 가사 도우미를 두고 하숙이나 민박집을 운영할 수도 있다.
또한, 동남아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우므로 가족관계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우리나라 사람 특성상 왕래가 쉽고, 날씨가 춥지 않으며 골프, 스킨스쿠버, 승마 등 여가를 즐길 만한 여건이 좋아 적은 비용으로 ‘귀족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 주목받고 있다.
외국 이민 박람회에 오륙십 대의 중·장년층이 몰리는 것을 봐도 은퇴 이민의 관심도를 알 수 있다.
은퇴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여행업계에서는 관련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개 답사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현지 실정을 파악하고 은퇴 이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최근 신문, 잡지, TV에도 은퇴 이민 프로그램이 자주 나온다.
하나투어는 외국체험답사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현지를 일주일 일정으로 답사하는데 비용은 150~200만 원 선이다.
답사를 통해 은퇴 이민 희망자들은 주택시설 및 병원 등을 방문하여 이민 후의 생활 여건을 볼 수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은퇴 이민 관련 문의가 늘자 그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여 프로젝트를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주일 정도의 답사 기간은 너무 짧다는 의견이 많아 장기 체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고 했다.
롯데관광은 말레이시아 은퇴 이민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120만 원으로 5일간 현지답사 및 현지 설명회를 한다.
한 여행사가 주최한 말레이시아 은퇴 투어를 다녀온 주정철(61) 씨는 아는 사람에게 말레이시아가 살기 편하다는 말을 듣고 은퇴이민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 답사를 다녀온 그는 ‘생활비도 저렴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고,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여유가 넘쳐서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를 받는 데 필요한 4,500만 원의 예치금을 마련한 후, 부동산 임대 수입으로 생활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정리한 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고급 주택단지로 이주한 김 모(62) 씨.
그는 취미인 골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은퇴 이민을 원했다.
처음엔 미국이나 캐나다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비자나 생활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말레이시아에서 정식 은퇴 비자를 받아 살면서 생활이 안정되고, 인건비도 싸고 기후도 따뜻해서 만족했다.
매달 아들 부부로부터 생활비도 받고 있다.
김 씨는 ‘나이 들어 낯선 외국에 부부만 가서 정착하는 건 쉽지 않고, 잠깐 관광하다 갈 게 아니라 십 년 이상 살아야 하므로 장기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도 외국인 은퇴 이민자들을 유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
동남아 대부분 국가가 관광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고 은퇴 이민자는 큰 소득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필리핀 아마데오로에서 사는 한상숙(67) 씨.
그녀는 ‘재수’ 끝에 필리핀 정착에 성공했다.
2006년 37년 만에 교직에서 은퇴한 한 씨 부부는 겨울에 무릎 시린 한국을 떠나 따뜻한 나라에서 살고 싶었다.
2007년 한 국내 업체의 은퇴 이민 설명회에 갔다가 꿈 같은 이민 생활에 혹했다.
넉 달 만에 남편과 함께 짐을 싸 필리핀 라구나 주로 훌쩍 떠났다.
그러나 막상 부부가 맞닥뜨린 현지 생활은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현지 공무원의 게으른 행정 처리 때문에 운전면허를 따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백만 원이 넘는 비싼 월세도 부담이었다.
생활비가 쪼들리자 고국에 대한 그리움만 밀려왔다.
결국, 이 년 만에 필리핀 생활을 접고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 씨는 ‘첫 이민 땐 호기심과 기대에 부풀어 준비 없이 떠나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조건이 좋은 거주지역을 물색하고, 장기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계약하는 등 치밀한 준비 끝에 필리핀 정착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도 삼십 년 이상을 먹고살아야 하는 요즘 육십 대들은 해외 이주가 새로운 선택지다.
그동안 모아 둔 재산과 연금으로 생활하자면 국내보다는 물가가 싼 외국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가까운 동남아시아·태평양 국가로 은퇴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는 건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을 떠나 남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주한 재외동포 수는 오십일만여 명이다.
2013년에 비해 약 이만오천여 명이 늘었다.
이민컨설팅업체 대양의 차재웅 대표는 ‘미국 이민자는 취업을 위해 떠나는 젊은 층이 많고, 동남아시아·남태평양 지역은 퇴직 이후를 보내려는 오십 대 이상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은퇴 이민이 늘어날 것이 분명한 만큼 이들이 조기에 효율적으로 현지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허만율 연구위원은 ‘은퇴 이민은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일반적인 이민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기에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 차원에서 현지 공관에 담당자를 두고 공신력 있는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들의 조기 정착을 돕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려한 은퇴 이민을 상상하고 무작정 떠났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흔히 말하는 월 이백만 원에 황제처럼 지낼 수 있다는 환상에 철저한 준비 없이 이민을 떠나는 건 절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쓴이 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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