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

임상 시험 알바 반 이상이 육십 대 이상, 부작용 조심해야

최근에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임상시험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합니다.’라는 광고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임상시험이란 제약회사나 병원에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말하는데, 위험수당이 높은 일이다 보니 노인들이 몰린다.

주부 박미화(59) 씨는 지하철에 탔다가 전동차 안에 붙은 ‘치과용 골이식재 임상시험’ 광고를 보고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만 19~80세 지원자를 받습니다.’라는 광고 하단에는 큰 글씨로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전문 의료진의 진료 및 소정의 교통비가 지급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박 씨는 병원 상담원에게 교통비가 얼마인가 물었더니 ‘8차례 임상시험을 하면 70만 원을 줍니다.’는 답변을 듣고 박 씨는 ‘지금 지원하고 싶으니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경기 과천시에 사는 정호용(62) 씨는 ‘혈당 조절 보조제 관련 임상시험 대상자에 합격했습니다.’라는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한다.

그는 약 일주일간 서울 강남의 한 병원 임상시험에 참여해 개발 중인 약품을 복용하는 조건으로 총 105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퇴직 후 소득 없이 지내던 정 씨에게는 모처럼 목돈이 생기는 것이다.

그는 ‘친구 세 명도 같이 지원했는데, 다들 떨어져서 나를 무척 부러워한다.’고 했다.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에게 ‘꿀알바’로 불렸던 임상시험 알바에 60대 이상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한 대형 제약회사가 고혈압, 고지혈 관련 의약품 임상시험을 했는데, 지원자 304명 중 절반이 넘는 178명이 60대 이상이었다.
서울 강동구의 한 병원이 진행하는 골다공증 임상시험 지원자 66명 가운데 37명이 60대 이상이었다.

임상시험 모집 공고를 대행하는 한 인터넷 업체에는 ‘꼭 좀 뽑아달라.’고 부탁하는 60대 이상의 전화가 일주일에 50통 넘게 걸려온다고 한다.

60대 이상이 임상시험 알바에 몰리는 것은 수당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하려는 의약품 특성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긴 하지만, 대개 병원에서 약을 투여받으면 1회에 평균 4~5만 원, 2박 3일 입원하면 평균 5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일주일 내내 입원하면 100만 원 이상도 받을 수 있다.

제약업계는 ‘고령층 의약품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노인 임상시험 대상자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약에 대한 효능과 부작용 등을 확인할 목적으로 진행한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서는 신약 승인을 받을 수 없으므로 국내 제약업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병원에 임상시험을 의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편이다.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임상시험 도중 약물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지난 삼 년간 총 476건이 접수됐다.

지난 오 년간 임상시험 중 사망자는 총 55명이라고 밝혔다.

단기간에 돈은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위험하다는 뜻에서 임상시험을 ‘고수익 생체 실험 알바’로 부르기도 한다.

고령자를 상대로 한 임상시험이 늘어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상시험 모집자 공고를 할 때 시험의 목적과 방법, 예측되는 부작용 등을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건국대병원 김태은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고령자는 부작용 가능성이 젊은이들보다 크기에, 임상시험 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Le temps d`un ete (여름날의 추억), 남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