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은퇴 이민

인생은 육십부터 y 살다보면, 권진원

부에노(조운엽) 2017. 1. 19. 05:47







백 년을 살아보니 더불어 살던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백 살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대중 강연을 하며 지내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올해 우리 나이로 97세.
기자를 만나 두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자세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고, 목소리에 힘이 빠지지도 않았다.
노익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여름 펴낸 수필집 ‘백 년을 살아보니’를 통해 꼿꼿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그는 ‘스무 살이나 살 수 있을까’ 하는 주변의 걱정 속에서 자라면서 “늘 ‘조심조심, 미리미리’가 몸에 배어 살아왔다.”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요즘도 그는 강연 준비를 이 주일 전에 다 끝내놓는다 한다.
무슨 일이든 미리미리 해놓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단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오래 사는 게 아니고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사는 거 같아요.”
오래 사는 사람은 절대 무리를 안 한다는 말을 새겨둘 만하다.

1961년 쓴 수필집 ‘영원과 사랑의 대화’로 육칠십 년 대 젊은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 책은 당시 대학생 중에 안 읽은 학생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같은 나라가 세계를 이끌어 가는데 그 나라들의 특색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 칠팔십 프로가 독서를 많이 한다는 겁니다. 그걸 못하는 나라는 정신적으로 힘이 없습니다. 남미를 여행해보면 책 읽는 사회가 아니죠, 아시아에서 독서 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조금 좇아가는데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문화에 참여하는 국민이 많아야 합니다. 한국은 큰 나라가 아니므로 정치보다 문화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어제 강의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교육은 콩나물에 물주기와 같습니다. 물을 안 주면 말라버립니다. 대학으로 끝난다고 하면 그걸로 마르는 거고, 오십 대에 끝난다면 거기서 말라버립니다. 물주기는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




올해 쓴 수필집 ‘백 년을 살아보니’를 보면, 인생에서 보람 있는 나이를 60~75세로 해놓았습니다.

“왜 육십 세냐, 예순이 되니까 내가 나를 믿게 되더라고요. 후배들 보기에도 떳떳하고, 명예만 좇지도 않고. 그리고 75세까지는 계속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콩나물에 물 안 주면 거기서 끝나버립니다. 법보다 양심, 도덕과 윤리가 중요해요. 계속 책 읽고 생각을 하면 85세까지는 연장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때까지 지도자로 일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 나이까지 강연하는 이유는 내 수준보다 사회 수준이 낮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김태길, 안병욱 선생과 내가 세 명 모두 다 육십 년 대 초반에 미국에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교수들이 제일 많이 한 얘기 중 하나가 바로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선 환갑이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때 우리 세 명 모두 공통의 자극을 받았습니다.”
저도 마냥 젊은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이번에 펴낸 ‘백 년을 살아보니’라는 제목부터 아주 구체적이어서 더 끌리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됐나요.

“앞으로 죽을 날이 가까워져서 글을 얼마나 쓸까 싶어서 근래 많이 썼습니다. 출판사에서 백 년 가까이 살 경우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써봐달라고 해서 쓰게 됐어요.”
백 년 가까이 살아보니 느낌이 어떠신지요.

“오래 살아보니 더불어 살았던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짐을 내가 대신 져준 기억이 행복하게 오래 남습니다. 젊은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내가 해결책을 같이 생각해보았을 때 같은 경우죠. 사랑이 있는 고생은 의미 있게 남는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나이 들었다고 후회할 것도 없고, 인생이 다 갔다고 안타까워할 것도 없습니다. 아직 누군가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겁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같은 것은 없나요.

“나는 인생을 아름답다고 봐요. 인간은 선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동안은 누구나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후회되는 것도 많지만 오래 생각 안 해요. 잘못되고 후회되는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 잊어버리고 앞으로 가자는 생각이죠. 만회할 수 있는 게 뭔지를 생각하는 편입니다.”
건강의 비결은.

“지금 내가 백 살이 다 되어 가는데 오래 사신 분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욕심이 적은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그래요. 욕심 많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행복하지 못합니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건강합니다. 여든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건강합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해줘도 사람들이 잘못 알아듣습니다.”
크게 아팠던 적은 없었나요.

“어려서 건강이 나빠서 항상 조심해야 했어요. 열네 살에 건강이 너무 나빠서, 무슨 병인지 잘 모르겠는데 부모님은 간질병으로 생각했는가 봐요. 달리기하다 쓰러지고 그래서, 부모님과 의사는 얘는 희망이 없다고 그랬어요. 나도 느끼고요. 건강 때문에 중학교 못 갈 줄 알았어요. 어머니는 제가 스무 살까지만 사는 것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건강에 무리는 절대 안 해요. 강연을 많이 다녀도 이 주일 전에 강연할 준비를 미리 다 해놓죠. 급박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내일모레 강연이 있다고 하면 충분히 잠도 자고요, 나는 일하기 위해 사는 거 같아요. 그런데 행복해요. 그리고 무리를 안 하고요. 제가 아는 백 살 넘게 산 목사님이 계셨는데 절대 무리를 안 해요. 백 살까지도 정신이 말짱했어요.”
운동은 얼마나 하시는지.

“나이 들면 운동하는 게 좋아요. 운동을 위한 운동은 하지 말고요. 독일 갔더니 국민운동이 수영과 자전거더군요. 어딜 가든 자전거길이 있고 공공시설엔 수영장이 있어요. 옳다고 봐요. 늙으면 제일 먼저 다리 힘이 빠져요. 지금 내 나이에 걸어 다니는 사람 별로 없거든요. 그건 자전거 타는 게 좋아요. 지금은 수영하고 있어요. 나는 약은 가능한 잘 안 먹어요. 나이 들면 소식할 수밖에 없어요. 나처럼 일 많이 하는 사람은 많이 먹어야 해요. 육식해도 다 소화해요. 백 살 넘으면 먹고 싶어도 못 먹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은.

“다시 태어나도 지금 하는 일 하겠습니다. 교육과 학문.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봐요.”

그는 지금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매주 세 번 수영한다.


출처 : 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살다보면, 권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