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부는 노인의 선물
한 노인이 피리를 불고 있었다.
나는 노인에게 10루피(약 삼백 원)를 주려고 했으나 잔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100루피를 주었다.
노인은 너무 좋아서 합장하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했다.
"아, 이렇게 고마울 수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노인은 몇 걸음 더 쫓아오며 감사 표시를 하다가 내가 그만 됐다고 사래 짓을 하자 마지막으로 합장하고 손을 흔들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온 나는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었는데 난데없이 피리 소리가 내 잠속으로 파고들었다.
눈을 비비며 창문을 열자 베란다 밑에 어제 그 노인이 피리를 불며 서 있었다.
나는 순간 기가 막혀서 창문을 도로 닫았다.
하는 수작은 미워도 피리 부는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타일러서 보낼 생각으로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갔다.
"할아버지, 어제 돈을 주었으면 됐지 왜 또 와서 이러는 거예요. 인제 그만 가세요."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아닙니다, 아가씨. 그게 아니고요, 전 당신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 피리를 불어드리기로 생각했습니다. 아가씨가 제게 도움을 주셨는데 제가 이것 말고는 해드릴 게 없거든요."
노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내가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 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어제 내가 준 돈에 고마움을 느껴 단순히 보답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그 노인은 내가 갠지스 강에 머무는 닷새 동안 매일 아침 창문 앞에서 아름다운 선율의 피리를 불어주었다.
피리 소리에 잠이 깨 창문을 열면 어둠이 걷히고 갠지스 강 위로 주황색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주 보고 미소 지었다.
노인의 피리 소리에 나는 날마다 벅찬 감동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마음이 내키지 않은 상태에서 약 삼천 원 정도의 적은 돈을 적선한 덕분에 나는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
노인은 내게 작은 베풂에도 보답하는 자세를 가르쳤고, 비록 가난할지라도 마음만은 부유함을 잃지 않는 훌륭한 삶을 가르쳐주셨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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